매년 국정감사에서 반복되는 국회의원들의 고성과 막말, 이른바 ‘갑질 국감’ 행태는 나아졌을까. 증인을 면박 주고 몰아세우는 경우가 예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호통과 삿대질 등 구태는 이번에도 여전했다는 평가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9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 원내대표는 “강원랜드 채용 비리에 관계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누구인지 답변을 똑바로 해달라”고 했고 함 사장은 “다음 질문 하시죠”라는 말로 답변을 피했다. 그러자 정 원내대표는 “국회의원한테 그따위로 말을 하나. 그게 무슨 태도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왕년에 나도 국회의원 했으니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가. 다른 기관장들은 안 그런다”고 함 사장을 질타했다. 함 사장이 검사 출신으로 16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의원들의 호통에 반격을 가한 참고인도 있다. 지난달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온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가 대표적 인사다. 이 교수는 이날 “이렇게 급격하고 과격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나라는 유례가 없다”며 “자영업자나 영세업자의 준비 기간도 없이 (최저임금을) 획일적으로 인상해선 안 된다.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이 교수가 한쪽 의견만 일방적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창현 민주당 의원은 이 교수가 감정적인 표현과 모욕적인 단어를 사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의견이 다를 뿐”이라며 “제가 내일모레면 60살이다. 여기 계신 의원님들에게서 태도, 표정을 코치 받을 나이인가. 제가 의원님 자식인가”라며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올해도 이색 시연과 퍼포먼스를 통해 ‘국감 스타’를 노린 의원들도 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3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직접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가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진 의원은 이철성 경찰청장을 향해 “몰카를 당해본 적이 있느냐”면서 국감 회의 중 촬영한 이 청장의 몰카 영상을 공개했다. 국정감사장 안에 있던 생수병과 차 키, 발언시간 측적용 탁상시계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다. 몰카 영상이 공개되자 감사장에 앉아있던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진 의원은 “몰카 범죄의 가장 큰 위험은 자신이 범죄 대상이 됐는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소형 전자기펄스 충격기(EMP)로 휴대전화를 고장 낸 뒤, 북한 핵미사일에 따른 EMP(전자기펄스) 공격의 위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19일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서울구치소의 인권 침해 논란을 퍼포먼스를 통해 반박, 셔터 세례를 받았다. 노 원내대표는 “당시 6.38㎡에 6명이 수용됐는데 1인당 평균 1.06㎡의 면적이 주어진 것”이라며 신문지 2장 반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누웠다. 노 원내 대표의 양팔이 신문지 밖으로 삐져나올 정도로 좁은 면적이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수용된 거실의 면적은 10.08㎡로 일반 수용자의 10배”라면서 “인권 침해로 제소할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 수용자들”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