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은 재벌을 만들고, 재벌은 권력을 지배한다. 대한민국의 실제적인 권력을 가진 재벌의 자본권력을 타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안치용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겸 한국CSR연구소장은 책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를 통해 재벌이 만든 자본권력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는 겉보기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고, 그야말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 있다. 하지만 그 성장이 비대칭ㆍ불균형 성장이고, 성장의 과실이 특정 세력인 재벌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데에는 큰 반론이 없을 것이다.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는 그런 재벌에 주목한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재벌은 언제나 든든한 정권의 동반자 혹은 하수인이었다. 정권에서 요구하는 정치자금의 마르지 않는 젖줄이었고, 그 대가로 바벨탑과 같은 자본의 성채를 쌓았다.
실제로 일제강점기가 끝나자마자 재빨리 ‘친일’에서 ‘친미’로 옷을 갈아입은 식민지 부역자들은 이른바 적산불하(敵産拂下) 과정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했고,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오히려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았다. 이어 5.16 세력과 손을 잡고 ‘반공’의 기치 아래 군사정권의 든든한 뒷배가 됨으로써 ‘재벌’의 반열에 올랐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권력이 바뀌었지만 재벌은 차근차근 자신들만의 성채를 구축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본은 권력의 통제를 벗어났고 오히려 정권을 창출하고 조종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바야흐로 자본권력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불법과 탈법과 정경유착으로 부와 권력을 쌓아올린 자본권력을 마피아보다 더 사악한 범죄집단으로 규정한다. 저자는 “자본권력은 사법적 심판을 벗어나 있고 나아가 사법을 포함한 국가와 사회 권력을 총체적으로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저자는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를 통해 재벌 중심이었던 한국경제의 근대사를 이야기하면서 긍정적인 미래를 위한 해법을 찾고자 한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나타난 ‘범죄자본주의’를 언급하며 “자본권력의 약한 고리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범죄자본주의’를 해제하고 한국 자본주의를 전면 재구성하자”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