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 부장판사)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 조 전 장관에 대해 각각 징역 4년,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앞서 두사람은 1심에서 징역 3년,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종덕(61) 전 문체부 장관은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정관주(54) 전 문체부 1차관과 신동철(57)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지원배제 관련 혐의에 대해 청와대 캐비닛 문건 등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좌파 명단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보완해서 그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고 감시하는 역할은 다름아닌 정무수석실 업무"라며 "이런 조치는 지원배제의 계획과 방안에 관한 정무수석실 역할과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당시 정무수석인 조 전 장관의 지시나 승인 없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하는 데 순차 공모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가 좌편향돼 있어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구체적인 실행계획인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문건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됐고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온 문체부 1급 공무원 사직 강요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국가공무원법이 1급공무원을 법정사유 외에 신분보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취지는 지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지 1급공무원을 신분보장 대상에서 전면 배제하려는게 아니므로 아무 근거없이 임용권자 자의에 따라서 함부로 면직하지 못한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 앞서 우리나라 헌법 정신을 설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등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모두 정치인, 학자, 법조인으로 국가를 위해 각자 위치에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애써온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범행에 상응하는 책임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사건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문화에 옳고 그름이란 없다"고 부연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은 2013년~2016년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기획해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나 단체에 정부 보조금을 주지 못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문화체육관광부 실장들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