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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 뒤에는 자린고비 못지않은 인색함이 있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이익으로 곳간을 가득 채웠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척도인 기부금 비중은 오히려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33개 증권사의 지난해 순이익(이하 개별 기준)은 3조2582억 원으로 전년보다 119.5% 급증했지만,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은 같은 기간 1.2%에서 0.6%로 급감했다.
액수만 놓고 볼 때 지난해 증권사들이 낸 기부금 총액은 전년보다 20.5% 늘어난 210억 원이었다. 하지만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이익을 감안할 때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전체 3분의 1에 해당하는 10개의 증권사가 기부금 액수 자체를 줄여버린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가장 많이 기부금을 줄인 곳은 하이투자증권이다. 지난해 63억 원으로 전년보다 5배 가까이 순이익이 늘어난 이 회사는 기부금을 거의 없앴다.
하이투자증권은 2016년 10억 원이었던 기부금 규모가 지난해 1300만 원으로 급감했다. 순이익 증가율 366%의 회사가 같은 기간 기부금을 98.7%나 줄인 것이다.
키움증권은 전년 대비 30.5%가량 늘어난 순이익(1833억 원)을 기록했지만, 기부금은 34.9% 줄였다. 연간 60억 원에 달하던 기부금은 1년 만에 39억 원으로 감소했다.
전년보다 65.4%가량 늘어난 403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기부금 할당분을 11.8% 줄였다.
아울러 증시 호황 효과를 톡톡히 본 대형 증권사 중에서도 기부금을 줄이거나 동결한 곳이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57.3% 늘어난 삼성증권은 기부금을 3.6% 줄였다. 60.2% 이익이 늘어난 하나금융투자는 기부금을 6억 원대에서 동결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업종의 구조적 특성상 업황에 따라 수익의 부침이 크다”면서 “지난 몇 년간 업황 부진으로 크게 힘들었던 게 사실인 만큼, 지난해 실적이 좋았지만 업황이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해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