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우리 경제를 둔화세로 평가했다. 내수는 추석 연휴의 이동 효과로 일시적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으나 전반적인 흐름은 여전히 부진하고, 그나마 기대고 있던 수출도 반도체 및 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품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KDI가 10일 발간한 경제동향 12월호에 따르면, 10월 전산업 생산은 조업일수 증가로 인해 전년 동월 대비 6.7% 증가했으나, 추석 연휴의 이동이 배제된 9~10월 평균으로는 0.7% 증가에 그쳤다. 9~10월 광공업생산은 0.7%, 서비스업 생산은 1.9% 증가에 머물렀다.
제조업 출하는 내수출하(-12.5%→12.6%), 수출출하(-3.9%→8.9%) 모두 증가로 전환하면서 전월(-9.0%) 대비 11.0% 증가로 전환했으나 9~10월 평균으론 0.4%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선행지수와 동행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99.2)보다 낮은 98.8을,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98.6)보다 하락한 98.4를 각각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소비는 증가세가 약화하는 가운데, 소비자심리지수도 기준치를 하회하면서 다소 큰 폭으로 하락했다. 10월 소매판매액과 서비스업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0%, 5.4% 각각 증가했으나 이는 주로 추석 연휴 이동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KDI는 판단했다. 9~10월 평균으로 소매판매액과 서비스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1.9% 증가했으나, 속을 들여다 보면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형태별로는 준내구재가 8.5% 증가하며 양호한 모습을 보였지만 내구재와 비내구재는 각각 1.2%, 0.9% 증가에 그쳤다. 서비스 소비와 관련이 큰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은 각각 0.3%, -1.3%를 기록하는 등 서비스 소비도 증가세가 약화하고 있다.
설비투자지수는 상승했으나, 추석 연휴 이동 등 일시적인 요인을 감안하면 부진한 흐름이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10월 설비투자는 조업일수의 5일 증가에 따라 전월(-19.1%)의 감소에서 9.4%의 증가로 전환했다. 하지만 9~10월 평균으로는 기계류가 9.0% 감소, 운송장비가 1.3% 증가하며 설비투자지수는 6.3% 줄었다.
10월 건설기성(불변)은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건축부문과 토목 부문 모두 부진하면서 전월(-16.6%)에 이어 감소세(-3.5%)를 지속했고 건설수주(경상)는 기저효과로 인해 12.6% 증가했으나 평년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택 인허가와 주택착공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주택건설의 부진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그나마 기대고 있던 수출 증가 폭마저 쪼그라들었다. 11월 수출은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전월 22.7%에서 4.5%로 18.2%포인트(P) 하락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증가율이 크게 빠지며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고용도 박스권을 뚫지 못하고 있다. 10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6만 4000명(0.2%), 전월 대비 4만 5000명(0.2%) 증가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