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수출액이 늘면 수입액도 함께 늘어난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밸류 체인지(value change) 때문에 수출을 하려면 수입도 해야 한다”며 “경기가 좋든 나쁘든 수출과 수입은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단 수출액이 감소하거나 증가가 둔화해도 수입액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투자가 활발하거나 향후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그렇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상황은 수출 감소에 더해 투자가 침체되고, 수출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다는 의미다. 동행지수 및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각각 8개월 연속, 6개월 연속 하락한 게 단적인 예다.
신 교수는 “수출액에는 수출뿐 아니라 국내 경기도 일정 부분 반영된다”고 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이 62.5% 급감한 것은 반도체 수출이 단가뿐 아니라 양적으로도 성장세가 꺾였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D램 같은 경우는 작년에도 2~3년 전과 비교해 물량은 크게 변화가 없는데, 가격 거품으로 수출액만 늘어났던 것이었다”며 “현재는 가격이 하락한 데 더해 물량까지 줄면서 수출액 감소 폭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반도체의 특수성을 배제하더라도 국제유가 하락, 미국의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하면 올해 수출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수출액 감소 및 대외 여건 악화는 내수 및 고용시장 침체 장기화로 이어질 개연성이 다분하다. 이미 지난해 11월 설비투자는 2개월 만에 감소(이하 전월 대비)로 전환됐으며, 건설투자(건설기성)는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고점론’이 제기되던 반도체 수출에 실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다. 올해엔 수입액마저 감소로 전환돼 투자 전망은 더 어둡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일자리 증가 둔화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은 9만7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수출·내수 둔화세라면 정부의 올해 목표인 취업자 15만 명 증가도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