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맥스, 급격히 사라지는 성장판…열위한 교섭력 탓?

입력 2019-02-18 07:47 수정 2019-02-1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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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맥스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지 1년 만에 매출 감소와 영업손실에 빠졌다.

DRAM 등 원자재 가격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데 원가 급등 요인을 제품가격 인상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열위한 교섭력이 수익성에 제약을 줬다는 분석이다. 다만 작년 4분기 이후 DRAM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원가 부담은 다소 덜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휴맥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27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4824억 원으로 8.0% 줄었고, 순손실은 390억 원으로 300억 원대 적자가 지속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북미 시장을 제외한 전반적인 매출 부진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 증가, 무형자산 등의 손상 처리에 따른 손실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휴맥스는 2012년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이래 2017년 1조6116억 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기까지 꾸준히 외형을 키워갔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년 300억~400억 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3%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최대 매출을 기록한 2017년부터다. 그해 거둔 영업이익이 80억 원으로 급격히 축소됐고, 영업이익률은 0.5%에 불과했다. 그리고 1년 뒤에는 280억 원에 가까운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 측이 밝힌 대로 매출 감소와 원자재가 급등한 탓이다.

우선 셋톱박스 시장의 환경 변화가 컸다. 셋톱박스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전방 방송사업자들이 지속해서 신규 가입자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Code-cutting’으로 대변되는 시장 내 빠른 기술 변화가 업계 전반의 성장을 저해했다.

넷플릭스, 구글 크롬캐스트 등의 OTT 사업자의 대두가 대표적이다. 이에 셋톱박스의 주요 시장인 북미·유럽 등의 수요 기반이 약화됐다. 실제로 휴맥스의 지역별 매출을 보면 유럽은 2017년 4283억 원에서 지난해 3132억 원으로 줄었다. 일본은 1147억 원에서 763억 원으로 감소했고, 우리나라도 758억 원에서 383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그나마 최대 시장인 북미가 5698억 원에서 5439억 원으로 소폭 줄어들며 선방했다.

2016년 4분기부터 급등한 DRAM 가격은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연간 DRAM 구매량은 대략 800억 원 내외지만 분기당 최소 100억 원의 추가 부담이 지속된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글로벌 방송사업자 대비 열위한 교섭력은 원자재 인상분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 연결시키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한 애널리스트는 “1년 이상 지속된 원재료 가격 상승만을 탓하기엔 휴맥스의 대응이 아쉽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 인력구조 조정에 따른 일시적 비용 발생과 인도와 터키 등 저수익사업 정리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도 수익성 악화를 키웠다.

이에 휴맥스는 작년 진행된 사업과 비용 구조조정 활동을 올해도 지속해 수익성 강화를 통한 이익 성장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우선 판가 조정과 저수익 사업 폐기 노력을 지속하고, 일부 사업과 기능 스핀오프, 생산기지 통합 등 사업 구조도 개선한다. 고정비 절감을 위해 작년 임직원 20%를 감축한 휴맥스는 올해 전년 대비 10~15% 고정비 절감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또 전장사업부 등 신성장동력 부문에서는 지난해 제품 수주 잔액 1조 원을 달성하면서 향후 성장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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