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시공능력평가순위 324위인 인정건설이 최종부도처리되면서 건설업계에 일파만파의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전문건설업체의 무더기 부도에 이어 주택 전문 건설업체들에게 까지 부도 '쓰나미'가 확산되는 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3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종합건설업체 57곳이 문을 닫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부도 종합건설업체수인 49곳보다 16.3%가 늘어난 수치. 2006년부터 시작된 주택시장 불경기가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그간 필사의 노력으로 버텨오던 건설업체들이 하나 둘 못버티고 부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규모가 종합건설업체보다 작은 전문건설업체들의 위기감은 더욱 심각하다. 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도처리된 전문건설업체수는 123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부도업체수 76곳보다 61.8%가량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추세로 부도업체가 늘어난다면 올 한해 동안만 300곳이 넘는 건설업체가 사라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욱이 건설사들의 부도 여파가 시공능력평가 순위 300위권 중견업체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이와 함께 금융권 관계자들은 시평순위 50위 권 이내의, 이른바 1군 중견업체 중에서도 한국신용평가(한신평)의 회사채 신용평가등급 BBB- 이하 업체들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한신평 회사채 신용평가등급 BBB-에 해당하는 업체들중 주요 건설사들은 남광토건, 동일토건, 벽산건설, 우림건설, 월드건설, 이테크건설, 신성건설, 중앙건설, 풍림산업 등 9개 업체들이며 이보다 한단계 아래인 BB- 등급 업체중 주요 업체는 (주)신한, C&우방 등 3곳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업계엔 각종 루머만 무성한 실정이다. 수도권과 지방에서 활발하게 주택사업을 벌였던 모 건설사의 경우 전 금융권에서 PF 체결을 거부한다는 내용이 무성하다. 역시 수도권 도시에서 활발한 주택사업을 했고 최근에도 수도권에서 대단지를 분양했던 모 건설사도 시장에서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비록 이 같은 소문들이 아직 사실 확인이 안되는 루머에 불과하지만 건설업계는 업계 상황이 점점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는 만큼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올 하반기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사들의 고충은 심각하다. 우선 최근 용인 신봉, 천안 등에서 대량 분양물량을 쏟아낸 동일토건의 경우는 한 숨을 돌린 상태. 오는 7일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동일토건의 경우 주거래 은행인 외환은행 측이 차환을 결정했다. 외환은행 측은 동일토건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지만 용인 신봉이나 월곡동 하이빌뉴시티 등 우량 분양물량이 많은 것을 감안, 차환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중앙건설도 올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800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경우는 동일하이빌과 달리 우량 분양물량도 뚜렷히 내세울 것이 없는 상황이다.
또 풍림산업의 경우도 600억원 가량, 그리고 남광토건 300억원, 월드건설도 200억원 가량의 회사채가 올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BBB- 이하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건설사는 회사채 차환 발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특히 몇몇 건설사들처럼 대단지 미분양 물량이 있는 회사들은 분양물량 등 회사 상황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