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잃는 것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되지 않도록 사회보장 제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해고’를 가능케 해줌으로써 사용자들이 고용에 더 적극성을 갖게 하자는 것은 참신한 발상의 전환이다. 연설에서 ‘유연 안정성’을 강조하는 사례로 언급된 덴마크의 경우 실직자에게 2년간 소득의 70%를 제공하고, 재취업을 지원한다. 실직자에 대한 지원 강화와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는 맞교환(trade-off)은 그간 경제전문가들의 숙원이었다. 차제에 해고 이전 단계로 독일의 ‘단시간근로제’도 고려할 만하다. 불황으로 근로시간이 감소하게 되면 사용자는 시간 단축 이전 임금 수준의 60~70%를 지급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은 예외 없이 경쟁과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한다. 제품이 잘 팔리면 이익을 내며 위세를 부릴 수도 있으나, 업황이 악화하면 도산할 수 있다. 한때 명성을 날렸으나 사라지거나 주인이 바뀐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변화무쌍한 여건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기업은 존속할 수 없다. 이를 감안하면 필요에 따라 인건비와 인력을 조정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것이 기업을 위한 시혜(施惠·베풀기)가 아니다. 사용자가 사정이 악화했을 때 원만하게 인건비와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믿음은 더 적극적으로 신규 고용에 나서게 만드는 선순환의 효과가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개혁 이전에 비해 뚜렷하게 개선된 독일의 고용 사정이 이를 방증해준다.
원내대표 연설은 근로자들의 전체 급여에서 수당이 많고 기본급 비중이 턱없이 낮은 기형적 임금구조 문제를 적시했다. 근래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자 총액 기준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근로자가 기본급에 국한하여 따진 결과 최저임금을 못 받는 ‘피해자’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통해 그 필요성이 새삼 부각된 중요한 문제이다. 어떤 직장에서 얼마나 근무했느냐보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한국의 독특한 보수체계를 바꾸는 것이 너무 오랫동안 미루어져온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좀 더 곱씹어보아야 할 부분도 있다. 대기업·공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3~5년 동결하면서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동결 기간 대기업이 나누어 주는 이익을 이용하여 하청 중소기업들은 근로자의 임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허나 대기업이 이익을 낸다는 보장이 없다. 환경이 열악하면 임금 동결에도 불구하고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작금의 사정을 감안하면 우리의 조선이나 자동차 산업이 이럴 개연성이 높다.
더 근본적으로 이 처방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긴 흐름에서 임금 격차를 해소하려면 중소기업들의 생산성, 경쟁력 증진이 필수불가결하다. 이익 공유는 낙수(trickle down)효과에 의존하는 방도인데 이는 하청 중소기업의 대기업 의존도를 더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원-하청 피라미드에 엮인 중소기업이 자체적인 시장과 경쟁력을 지닌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현 정부를 포함하여 역대 정부들이 도모하는 정책의 핵심이다.
노조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파업이 아니라 타협도 구성원들을 위하는 방도임을 알아야 한다. 친(親)노조 성향이라는 평을 받는 정부와 타협점을 찾는 것이 실리 추구의 방도이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정부와 여당의 적극적인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절실한 과제이기에 성과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