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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국의 실업률은 4% 수준에서 치솟으며 이듬해에 10%에 육박했다. 백년에 한 번쯤 있을 법한 위기가 발생했으니 후폭풍에 경제가 얼어붙은 것이다. 노동시장에 미친 충격은 엄청났다. 2007년 1억4540만 명이었던 취업자 수가 2010년까지 700만 명가량 줄었고, 같은 기간 고용률(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수 비중)은 71.8%에서 66.7%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 이후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취업자는 계속 늘며 작년에는 취업자 수가 1억5580만 명(고용률 70.7%)으로 크게 개선되었다. 올 4월 실업률은 50년 만에 최저 수준인 3.8%로 떨어졌다.
실업률이 5% 이하로 내려가면 인력난으로 임금이 오르기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난 수년간 임금 증가세가 저조했다. 특히 숙련도나 교육 수준이 낮은 저임금 근로자들의 경우 임금 정체가 길어지며 원인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자동화에 따른 인력 수요 감축 △세계화로 미국 내 비숙련 노동자들이 해외 저임금 근로자들과 경쟁하는 형국 △가입률 하락에 따른 노조의 교섭력 약화 등이 언급되었다.
그런데 4월 들어 근로자 평균 시간당 소득이 9개월 연속 전년 대비 3%가 넘는 증가세를 보이며 행방이 묘연했던 임금 상승 추세가 확연해졌다. 특히 저임금 일자리 부문에서의 임금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왜 그동안 ‘실업률 저조-임금 상승’ 경험칙이 어긋났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그간 기록적으로 낮아진 실업률이 인력 수급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즉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의 큰 충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을 떠나면서 노동시장 참여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실업률 계산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용률이 2017년 70.1%에서 작년 70.7%로 증가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고학력·고숙련뿐만 아니라 비숙련 직종에서도 인력난이 심해졌다. 따라서 그간 노동시장을 떠나 있던 인력들이 복귀하며 빠르게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지표를 보면 미국에 비해 2008년 이후 취업자 수가 감소한 후 회복하는 모습이 비슷하다. 인구 추세 차이를 감안해 고용률로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7년 64.1%로 고점을 찍은 후 한국의 고용률은 1%포인트 낮은 수준에 머물다가 2012년에 이전 고점을 회복한다. 그 후 꾸준히 오르며 2017년 66.63%를 기록했으나 작년에는 66.61%로 오히려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임금상승률 추세를 보면 평균 명목임금이 3% 정도 오르다가 작년에는 5.3% 증가했다. 이는 그 이전 7%대 증가세를 보이던 최저임금이 작년에 16.4%로 오른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두 번째 해인 2018년은 새로운 우선순위에 따라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기간이기에 그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때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우리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정책은 매우 달랐다. 우리는 어려운 근로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미국은 ‘감세’가 대표적인 정책이었다. 물론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정부 이전부터 고용 회복세가 이미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해야 한다.
고용이 늘면서 임금이 오른 미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임금은 올랐으나 고용이 감소했다. 희한한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일자리 정부의 적극적 대응책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는 결과일 수도 있다. 특히 그간 정부가 따랐던 ‘임금 올리는 방법’을 재고할 때임을 시사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