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는 앨러간을 현금과 주식 조합으로 총 630억 달러(약 73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앨러간 주주들은 한 주당 약 188달러에 달하는 주식과 현금을 받는다. 이는 전날 앨러간 종가에 45%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이번 인수는 올 들어 두 번째로 큰 글로벌 제약업계 인수·합병(M&A) 기록이라고 WSJ는 전했다. 올해 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이 740억 달러에 경쟁사인 세엘진을 74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앨러간 주가는 이날 25% 폭등했지만 애브비는 재무상황 악화 우려로 16% 폭락하는 등 양사 주가 희비가 엇갈렸다.
애브비는 앨러간 인수를 통해 미용과 안과 등 성장 분야에서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애브비는 내년 초까지 인수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앨러간은 연간 약 80억 달러 이상 시장 규모인 보톡스와 기타 미용 약품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인기 있는 눈 치료제도 보유하고 있다.
애브비는 자사 베스트셀러인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 특허 보호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앨러간에 거액을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휴미라는 지난해 단일 의약품으로는 세계 최대인 2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2023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시판이 허용된다. 휴미라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로 애브비 주가는 2018년 초 이후 지금까지 30% 이상 하락했었다.
양사 매출을 합치면 연간 480억 달러에 달하며 매출에서 휴미라가 차지하는 비중도 40% 정도까지 내려간다.
앨러간도 최근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월가로부터 분사 압박을 받아왔다. 앨러간 주가는 정점이던 2015년 여름의 330달러 이상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난 상태였다. 그러나 앨러간이 과감히 회사를 매각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WSJ는 덧붙였다.
리처드 곤잘레스 애브비 최고경영자(CEO)는 “이사회가 1년 전 시작된 논의에서 대규모 인수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며 “우리는 휴미라 이외 분야 사업규모를 키우고 싶었다. 5~6개월 전부터 앨러간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앨러간은 미국에 비해 법인세율이 크게 낮은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에 2015년 화이자가 총 1600억 달러에 앨러간을 인수하고 나서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기려 했으나 미국 정부가 2016년 규제를 강화하면서 인수 계약을 철회했다. 애브비는 인수 후에도 본사를 시카고 지역으로 계속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