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피한 정부… “일본, 양자협의 조속히 응해야”

입력 2019-07-0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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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의존 높은 부품 국산화 추진...靑, NSC 열어 정치적 보복 규정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일본 수출통제 관련 관계기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일본 수출통제 관련 관계기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이 반도체 등 제조에 필요한 핵심품목 3개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기로 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지원하는 한편, 일본과 양자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의 조치를 경제 보복으로 규정하고 ‘맞보복’ 가능성까지 시사했으나,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섣부른 맞대응으로 사태가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한 뒤 적극적으로 대처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서울에서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일본이 책임 있는 전략물자 국제 수출 통제의 당사국이라면 한국이 기제안한 양자협의에 조속히 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규범에 반하고 과거 일본의 주장 및 발언과도 배치되며 세계 경제 발전을 위협하는 일본의 수출통제 강화조치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통산성은 4일부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한다고 1일 발표했다. 정부는 발표 직후부터 일본 정부에 양자협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본 측이 경제제재 보복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대응 조치, 일본에 상응할 수 있는 조치를 정부가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호 경제제재 등 맞대응에 대해서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준비하겠지만,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유 본부장 주재로 열린 관계기관 회의와 구윤철 기재부 2차관 주재로 열린 관계 차관회의에선 맞대응까진 논의되지 않았다. 차관회의에서 정부는 핵심기술 개발 및 사업화 실증 등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핵심부품의 자립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연내 추진이 가능한 사업들이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심의에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이미 기술이 확보된 품목에 대해선 본격적으로 양산이 가능하도록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가 일본의 경제제재에 공격적인 대응을 피한 건 이를 통한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상호제재로 대응하면, 일본은 더 공격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맞대응을 한다고 하면 일본에도 그만큼 타격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산업구조나 교역 패턴을 보면 그런 품목을 찾기 어렵다”며 “이번 사태는 확전될수록 우리에 불리하다. 통상·외교적으로 원만하게 관리하는 게 국익에 더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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