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범죄 사건 무고죄 재판서 '피해자다움' 관념 버려야

입력 2019-07-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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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소 처분, 무죄 판결 무고 근거 안 돼"

강제추행 등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피해자(고소인)에 무고죄를 적용하는 근거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성범죄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성격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범죄 사건에 있어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했을 것이라는 기준인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내세워 피해 사실,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A 씨는 2014년 직장 상사인 B 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으나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A 씨는 항고를 제기했으나 기각됐고, 2015년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B 씨가 2016년 A 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렸고 항고마저 기각됐으나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A 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국민참여 재판으로 열린 1심은 A 씨의 무고 혐의를 유죄로 봤다. A 씨가 주장하는 강제추행 사건 이전에 B 씨와 술을 마시고 나온 후 손을 잡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가 증거가 됐다.

2심도 "A 씨가 B 씨와 술을 마시고, 상당한 시간 동안 산책을 하기도 했다"면서 "B 씨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가 일부 접촉을 용인했더라도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갖는 주체로서 언제든지 이를 번복할 수 있고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면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면서 "기습적인 강제추행까지 동의하거나 승인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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