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법인분할(물적분할) 주주총회를 저지하고 생산을 방해한 노조에 90억원대 소송을 제기하면서, 노사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노조 집행부와 일부 조합원이 ‘우리사주 조합원 자격 취득’ 관련해 이견을 보이며 노노(勞勞)갈등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23일 오후 자체 추산한 손실액 총 92억 원 중 30억 원에 대해 노조 측을 상대로 울산지법에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회사 측이 추산한 손실액 92억 원에는 노조가 지난 5월 27일부터 주총 당일인 31일까지 닷새간 주총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영업을 방해하고 극장 기물을 파손하는 등 손해를 끼친 점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분할 저지 파업을 벌이면서 물류 이송을 막는 등 생산에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노조 측은 "회사가 위법 여부와 피해가 확실하지도 않은 주총장 점거, 생산 방해 등을 내세워 소송을 노조 압박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노동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 사측은 22일 “존속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신설 현대중공업 조합원 동의에 따라 한국조선해양 우리사주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조합원 자격 취득과 가입 신청을 받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노조 측에 전달해 또 다른 노노간 갈등을 야기시켰다.
노조 집행부와 일부 조합원이 ‘우리사주 조합원 자격 취득’ 관련해 이견을 보였기 떄문이다.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우리사주조합 가입을 독려하고 있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집행부가 우리사주조합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회사의 물적분할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조가 파업 명분과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노조는 “물적분할이 되면 회사 자산이 한국조선해양으로 가고, 현대중공업이 부채 대부분을 감당하게 돼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권오갑 현대중공업 지주 부회장은 그룹의 관계사 전체 임원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현재 회사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유휴 인력이 아직도 1000여 명에 이르고, 최저임금제 및 주 52시간 근무제로 불과 2~3년 사이에 임금이 30% 넘게 인상됐다”고 말했다.
과도한 인건비 부담과 재료비 상승으로 현대중공업과 조선 계열사들이 여전히 영업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노사, 노노간 갈등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 것이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7일 올해 임금협상 관련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