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호의 고미술을 찾아서] 우리 고가구를 보는 새로운 시선들

입력 2019-09-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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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 평론가, 전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집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는 비유가 있다. 그렇다면 가구는 ‘삶을 담는 그릇’이라 할 수 있을까? 이 비유가 아니더라도 삶 속에서 만들어지고 삶과 함께하는 가구에는 그 삶을 규정하는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지혜가 담기기 마련이다. 그렇듯 우리 고가구에는 한반도의 풍토적 특성과 이 땅에 터전을 일구고 살았던 조상들의 심성이 배어 있고 더불어 미의식이 두껍게 침착되어 있다.

우리 고가구에 대한 미학적 평가는 풍성하다. 인위적인 장식이 배제되어 소박하면서 자연스럽고 단순하면서 격이 있다. 간결한 구성과 뛰어난 비례가 만들어내는 편안함이 있고 거기에다 실용적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일상의 삶을 품은 듯 여유롭고 때로는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경이로움마저 감지된다. 그래서일까, 그 조형성은 평범한 듯 비범하고 단선적인 듯 중의적이다.

최근 들어 우리 고가구를 보는 세간의 눈길에 변화가 느껴진다. 고가구에 구현된 아름다움의 재발견, 또는 주거공간에 대한 의식 변화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이를테면 한옥 구조에 맞게 발전한 고가구가 아파트와 같은 서양식 주거공간에 맞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그 미학을 접목하고 응용하는 데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변화에 부응이라도 하듯 반닫이나 책장 등 단순하면서도 묵직한 고가구를 비치하는 집들이 늘고 있다. 이를 두고 현대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경박한 색과 디자인, 번잡함의 홍수를 피해 조용한 쉼터로서의 의미가 강조되는 주거공간에는 단순함과 조용함, 안정감이 요구되고 그 중심에 우리 고가구가 자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너무 앞서가는 이야기일까?

다른 한편으로 거래가격이 여타 고미술품에 비해 저렴하게 형성되는 최근의 시장 동향도 그러한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또 고가구는 집에 두고 감상하는 즐거움에다 실제 생활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을 겸비한 것이 특징인데 그런 재화적 속성도 수요층을 넓히는 데 일정한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점도 있다. 30~40년 전에 옛날 목재로 반듯하게 만들어진 복제품이 진품으로 유통되기도 하고, 또 수리된 것들이 수리되지 않은 물건으로 둔갑한 채 돌아다는 것도 많다. 가격을 올리기 위해 손을 대거나 변형시킨 사례도 더러 보인다.

가구는 실생활에 사용되는 물건이다. 당연히 쓰다 보면 부서지고 훼손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크게 나쁜 상태가 아니라면 고치거나 손봐서 쓰는 것이다. 그런 탓에 우리 고가구 가운데 원형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드물다. 실정이 그러한데도 거래하는 상인들은 모르는 척 넘어가고, 결과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원천적으로 수리의 의미와 수리된 가구를 대하는 상인과 컬렉터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서는 해결되기 힘들 것이다.

또 하나는 사용이나 보관 관리와 관련되는 문제이다. 전통 한옥은 통풍과 습도 조절이 잘되는 자연친화적 재료와 구조여서 그런 공간에 비치된 가구는 자연스레 자연과 더불어 숨을 쉬듯이 수축 이완함으로써 뒤틀리거나 갈라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밀폐되고 고온 건조한 현대식 아파트 같은 주거공간에서는 반닫이와 같이 두꺼운 통판으로 제작된 가구는 별 문제가 없지만, 얇은 무늬목을 붙인 장롱이나 문갑, 함처럼 섬세한 가구들은 대개 틈이 생기거나 갈라지는 취약점 때문에 보관 관리에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 부수적인 문제점들은 있으나, 그래도 우리 고가구는 잠재된 본연의 가치가 뛰어날뿐더러 실용성에 더해 감상하는 즐거움 또한 적지 않다. 집에 두어서 편안하고 세월의 흔적과 옛사람들의 손길을 느끼며 교감할 수 있는 것, 그러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는 올라가는 것, 바로 우리 고가구에서 찾을 수 있는 컬렉션의 매력이자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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