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들을 돕기 위해 1999년 9월 7일 제정된 법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다.
길을 걷던 중 외나무다리에 직면했을 때 누군가는 다리를 무사히 건너고, 누군가는 미끄러졌다가 다시 다리를 붙잡고 오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다리에서 떨어진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이렇게 다리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을 받쳐주는 그물망이다. 빈곤은 소수 약자들의 문제가 아닌,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문제다. 이런 문제를 국가가 나서서 돕자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탈수급과 자립이다.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면서 인연을 맺은 두 청년이 있다. 모두 부모님 없이 홀로서기했다. 한 청년은 지방직 공무원이 됐고, 한 청년은 고등학교 중퇴 후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용접기술을 배워 취직에 성공하고 가정까지 이뤘다. 그 청년은 현재 야간대학 사회복지학과에 다니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니 가난은 결코 운명이 아니더라.
두 청년을 보면서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이들의 성공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다.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도움을 주지 못할 때 그렇다. 가령 부양의무자가 존재하지만 부양의무자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이럴 땐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의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그나마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축소되고, 교육·주거급여 수급자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고, 맞춤형 급여체계가 도입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제도가 개선·확대됐다. 그럼에도 송파 세 모녀 사건, 증평 모녀 사건, 탈북민 모자 사건 등 비극적인 사건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제도의 보장성과 별개로 신청주의의 한계, 초기상담 미흡 등이 원인이었다.
일선 현장에서는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를 통해 사회복지 대상자 발굴, 공적급여 제공 및 민간 복지자원을 연계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지만, 취약계층이 생활고에 못 이겨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내가 담당하는 지역에서만큼은 이럴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 텐데’ 생각하며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 책임을 되새긴다.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에게는 대상자의 선정·안내 과정에서 신청인에게 필요한 다른 복지사업을 연계하는 적극적인 행정이 요구된다. 중요한 상황 변동이 발생할 때 수급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개인별로 찾아주는 복지멤버십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복지는 낭떠러지에 매달린 사람을 끌어올리는 동아줄이자, 낭떠러지로 떠밀리는 사람들을 더 떠밀리지 않도록 막아주는 버팀목이다. 이 동아줄과 버팀목을 보다 튼튼하게 하기 위해선 복지제도 강화와 적극적인 행정이 우선이겠지만, 우리 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앞으로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과 차세대사회보장정보시스템 도입을 통해 복지제도의 선진화를 이끌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도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국민의 믿음직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