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2019-10-21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수입선이 막힌 소재·부품·장비 업계가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 제조 강국이 다수 포진해 있는 유럽 지역에서 소재·부품·장비의 공급처 다변화는 물론 첨단 기술을 개발할 기회를 잡기 위해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산업통상자원부, 한불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28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한-불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협력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소재·부품·장비 강국인 프랑스와의 산업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기술협력 현황과 향후 협력방향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협력을 희망하는 한국과 프랑스의 기업인 100여 명이 참석해 소재산업의 협력 현황을 파악하고 협력 유망분야와 방향에 대한 세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후 기업 간(B2B) 네트워킹 시간이 마련돼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소재·부품·장비 업계는 독일과의 협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8일 개최한 ‘한·독 소재·부품·장비 기술협력 세미나’에서도 독일과의 산업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독일은 기계·화학·제약·전자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제조 강국으로 공급처 다변화와 첨단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국내 산업계가 유럽에 주목하고 있는 배경에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있다.
일본 정부가 7월 반도체 등 핵심산업의 필수 소재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면서 공장 가동이 어려운 수준까지 오자 기업들은 소재·부품·장비의 내재화는 물론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상의가 지난달 일본 기업과 거래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산업계 영향과 대응과제’를 조사한 결과, 기업 66.6%가 “일본 기업과의 거래관계에서 신뢰가 약화됐다”고 답했다. ‘영향 없음’은 33.4%였다. 또 '한일 간 경제협력 방향’에 대해서는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협력 축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과반인 56.0%에 달했다.
이미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유럽과의 협력은 가시화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벨기에 유미코아(Umicore)와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내년부터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양극재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공급처 다변화 전략을 펼친 LG화학은 유미코아와의 협력으로 양극재의 외부 조달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 시장에 대한 접근성도 개선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
SK종합화학은 고부가 포장재 사업 강화를 위해 프랑스 폴리머 업계 1위 업체인 아르케마(Arkema)사의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을 3억3500만 유로(약 4392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SK종합화학은 15일 범용 화학제품을 넘어 전략사업인 패키징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 지역에서 처음으로 인수합병(M&A)을 단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르케마는 고기능성 소재, 산업용 특수제품, 코팅 솔루션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패키징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글로벌 선도 업체다.
SK종합화학은 유럽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 인수로 회사가 추진하는 고부가 비즈니스 중심의 딥체인지는 물론이고, 글로벌 메이저인 다우와 동등한 수준의 강력한 패키징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유럽·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중국 중심의 아시아 지역 패키징 시장도 선점해 고부가 포장재 산업의 글로벌 톱 티어 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재계 관계자는 “소재나 부품 등의 수입선 다변화 및 국산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일본 기업들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일 관계 회복에 대해 일본 재계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