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빛으로 그려낸 자동차 디자인…'라이팅 아키텍처'

입력 2019-10-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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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을 주도할 유망기술 LED…낮에는 네모가 밤에는 세모로 돌변

▲전기전자 기술은 물론 다양한 소재기술이 등장하면서 자동차 디자인 자율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전기전자 기술은 물론 다양한 소재기술이 등장하면서 자동차 디자인 자율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2009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미래 산업을 주도할 16가지 미래 유망 기술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10년이 지난 2019년 현재, 이 16가지 유망 기술 대부분이 이미 상용화됐거나 곧 상용화를 코앞에 두고 있다. 관련 업계가 “10년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라고 평가한 이유도 당위성을 지니는 셈이다.

대표적인 미래 기술 가운데 하나가 LED를 바탕으로 한 이른바 ‘심리스(Seamless)’ 기술이다.

LED 램프는 일반 전구 타입 ‘할로겐’ 램프보다 전력 소모가 30% 수준에 불과하다. 나아가 수명도 10배 이상 길어 최근 산업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심리스 디자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심리스란 선과 선, 또는 기능과 기능이 만나는 뚜렷한 경계선을 흐리게 만들거나 애초부터 걷어내는 기술이다. 예컨대 2G 이동전화의 경우 휴대전화 화면과 버튼 공간이 뚜렷하게 나뉘었다.

반면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이 모든 기능이 하나의 화면에 담긴다. 화면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셈. 스마트폰은 기능과 기능의 경계가 허물어진 대표적인 심리스 기술이다.

▲현대차 8세대 쏘나타의 주간주행등 모습. 보닛을 타고 올라가면서 점진적으로 사라지는 이른바 히든 라이팅 시스템이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8세대 쏘나타의 주간주행등 모습. 보닛을 타고 올라가면서 점진적으로 사라지는 이른바 히든 라이팅 시스템이다. (사진제공=현대차)

▲팰리세이드 역시 개성넘치는 주간주행등을 앞세워 뚜렷한 차별화에 성공했다.        (사진제공=현대차)
▲팰리세이드 역시 개성넘치는 주간주행등을 앞세워 뚜렷한 차별화에 성공했다. (사진제공=현대차)

◇자동차 디자인의 영토 확장 ‘심리스(seamless)’ =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세단과 미니밴, SUV의 경계가 뚜렷했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이 한데 모인 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크로스오버’ 자동차다.

전체 기능을 넘어 세부적인 디자인에서도 심리스 기술이 속속 스며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라이팅 아키텍처’다.

라이팅 아키텍처는 이름 그대로 빛으로 차체 디자인과 레이아웃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LED 기술이 확산하면서 LED 램프가 디자인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차체 디자인은 동일하되 그 안에 LED 선을 심어 넣고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셈이다.

예컨대 전조등과 차체가 뚜렷하게 나뉘었던 이전과 달리, 최근 등장하는 신차는 전조등에서 시작한 LED 빛이 차체를 가로지르고 있다.

프랑스 푸조와 르노가 이런 디자인을 앞세웠고, 미국차 가운데 GM의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이 과감하게 LED 램프로 디자인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모델이 지난해 연말에 출시한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다.

전면에서 눈길을 끄는 주간주행등은 램프에서 시작해 차체로 이어졌다가 다시 램프로 스며든다.

개성 넘치는 앞모습을 완성하는 동시에 멀리서도 한눈에 팰리세이드임을 알아챌 수 있다.

낮에는 네모로 보였던 디자인이 어두운 밤에 LED 램프를 켜면 세모로 보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전조등에서 시작한 LED 타입 주간주행등이 앞범퍼 깊숙이 파고든 푸조 508.          (사진제공=PSA그룹미디어 )
▲전조등에서 시작한 LED 타입 주간주행등이 앞범퍼 깊숙이 파고든 푸조 508. (사진제공=PSA그룹미디어 )

◇낮에는 네모였다가 밤에는 세모로 = LED로 디자인을 빚어내는 기술은 향후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런 심리스 기술은 더욱 영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자동차 디자인 역시 대대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당장에 엔진과 변속기가 사라지는 만큼, 엔진룸이 지금처럼 차 전면에 커다란 공간을 차지할 이유가 없다. 충돌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덧댈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사정이 이쯤 되면 자동차 회사들은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된다.

프런트 그릴 디자인으로 자동차 회사의 정체성을 표출했던 과거와 달리,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게 된다.

예컨대 독일 BMW는 이른바 ‘키드니 그릴’로 불리는 독창적인 프런트 그릴로 브랜드 상징성을 대신했다. 당장 한국의 기아차 역시 ‘호랑이 코 그릴’(이제 곧 호랑이 얼굴로 바뀐다)로 기아차의 패밀리룩을 지켜왔다.

100년 가까이 차 앞면을 장식했던 그릴이 사라지면 이곳에 무언가를 대신해 넣어야 할 상황에 직면하는 셈이다.

앞으로 프런트 그릴이 사라지는 전기차 시대가 오면 완성차 메이커들은 현재 그릴 모양을 LED 램프로 대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냉각을 위해 차 앞에 구멍을 뚫는 대신, 현재 해당 자동차 회사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그릴 모양을 남기겠다는 뜻이다.

▲기아차의 전기차 콘셉트 '이매진 바이 기아'의 모습. 프런트 그릴이 사라지는 대신, LED 램프가 전면 특성을 판가름 낸다.              (사진제공=기아차)
▲기아차의 전기차 콘셉트 '이매진 바이 기아'의 모습. 프런트 그릴이 사라지는 대신, LED 램프가 전면 특성을 판가름 낸다. (사진제공=기아차)

◇전기차 시대에 LED 중요성 더욱 확산 = 2000년대 들어 세 번째 신차 봇물 시기를 맞고 있는 현대ㆍ기아차 역시 이런 추세에 올라타 있다.

내부의 변화는 디지털 계기반, 외부의 변화는 LED 램프의 다양성으로 모아진다.

고급차의 전유물이었던 LED 기술이 일반 양산차까지 확대하면서 LED 업계 역시 꾸준히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봄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크로스오버 전기차 콘셉트 ‘이매진 바이 기아(Imagine by KIA)’를 공개했다.

기아차 최초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안한 콘셉트 카다.

친환경에 집중했던 여느 전기차와 달리 다운포스와 가속력 등 주행 성능에도 방점을 찍었다는 게 특징이다.

무엇보다 전면부는 전조등을 둘러싼 독특한 형태의 LED 라인이 눈길을 끈다.

기아차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호랑이 코 그릴을 세련된 형상으로 재해석했다.

LED 기술이 자동차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라이팅 아키텍처’의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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