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소를 거듭하던 투자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는 모습이다. 다만 순환적 측면에서 회복일 뿐, 기조적 측면에선 당분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2.9% 증가했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건설투자도 건설기성(시공실적, 불변)은 2.7% 줄었으나, 건설수주(경상)는 철도·궤도, 토지조성 등 토목에서 53.4% 늘며 전년 동월보다 24.7% 증가했다.
지난해 3월부터 감소세를 지속하던 설비투자는 올해 3월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3월 이후 전월 대비로 설비투자가 감소한 건 5월(-6.8%) 한 차례뿐이다. 건설수주는 4월(39.5%)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투자 증가에 힘입어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P) 오르며 3월(0.1P) 이후 6개월 만에 반등했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설비투자는 전반적으로 기저효과가 사라져 소폭이지만 증가하는 모습”이라며 “최근에는 기계장비와 반도체도 대규모는 아니지만 투자가 꾸준히 이뤄져 양호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서비스업생산과 소매판매가 각각 2.9%, 2.2% 감소했지만, 여기에는 명절 특수와 기상 여건이 반영됐다. 지난해 9월 말이었던 추석 연휴가 올해에는 9월 초로 앞당겨지면서 성수품 구입이 8월로 앞당겨졌고, 9월 잦은 태풍으로 간절기 의류 판매가 부진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단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개선세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과거 건설수주 부진의 영향으로 건설기성이 조정 중에 있고, 광공업생산 중 제조업은 일부 산업에서 재고가 늘고 생산능력이 감소하는 등 부진을 겪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세계 경기 부진과 함께 국내 경기도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추세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 흐름을 순환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설비·건설투자와 수출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반등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설비투자를 줄였던 기업들도 생산은 유지해야 하니 다시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 우리 경제는 순환적인 측면보단 기조적으로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라며 “최근 세계 경제는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성장률이 3%대이고, 우리도 2~3%에 머무는 등 경기 사이클에 따른 성장률 변화도 작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순환적 측면에선 단기적으로 반등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론 성장 둔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