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미국에 “국가 이기주의를 버리고 서로 존중하는 동맹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 헝가리 등의 정상들도 참석했다.
그는 미국이 베를린 장벽 붕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이 벽을 무너뜨리시오’라고 한 말이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미국은 상호 존중하는 동맹국으로, 국가 이기주의에 대항하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동맹국이었다”며 “앞으로도 그렇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 남부 멕시코 국경 사이에 장벽을 건설하려는 집착을 비판했다.
AFP통신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이처럼 노골적인 발언은 전통적 동맹국인 독일과 미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한 대응에서부터 미국과 유럽의 무역, 기후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에서 독자 노선을 취하고 있으며, 독일은 이에 휘둘려왔다.
트럼프는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아 독일에 축전을 보내 “전 세계에서 보이는 희망과 기회의 빛으로서 계속 타오르는 자유의 불꽃을 지키기 위해 미국은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인 독일과 계속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동독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베를린 장벽 자리에 있는 교회에서 거행된 기념식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당연한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경종을 울리고, 이들 가치를 지켜나가자고 유럽 국가에 호소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 각지에서 모인 이들에게 “유럽의 기반이 되는 가치관은 결코 자명하지 않다. 항상 실천하고,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함부르크 출신이나 생후 3개월째에 구 동독 지역으로 이주했다. 이후 통일된 독일에서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