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갈등이 심화할수록 일본보다 한국의 GDP 손실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2일 ‘화이트 리스트 제외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화학공업 제품을 중심으로 양국이 수출규제를 하면 한국의 GDP 손실이 일본의 GDP 손실보다 크고, 무역분쟁이 악화할수록 양국의 GDP 감소폭이 커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경연은 한ㆍ일 갈등이 심화할 경우 양국은 수출규제 품목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규제 품목을 선택할 때 품목별로 △한국의 대일본 수입 비중 70% 이상 품목(생산차질 여부 판단기준) △일본의 대한국 수출 비중 30% 이하 품목(자국 산업의 피해 여부 판단기준) △한국의 수입 대비 수출 비중 50% 이하(주력 산업 여부 판단기준) 등을 기준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수입 규모가 1000만 달러(약 118억 원) 이상인 품목에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일본이 수출규제를 고려할 가능성이 큰 품목은 14개, 한국은 18개로 조사됐다.
일본의 경우 수출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품목은 화학공업 생산품이 10개로 가장 많고, 플라스틱과 그 제품이 2개, 광학의료 및 정밀기기, 광물성 생산품이 각각 1개씩 차지했다.
이미 수출규제를 받는 3개 품목 이외도 블랭크 마스크, 초산셀룰로우스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생산 차질을 유발하는 품목과 티타늄 등 우주, 항공분야에 생산차질을 유발하는 품목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경연 측은 밝혔다.
반면, 한국의 경우 철강제품 9개, 화학공업제품 6개, 광슬래그 등 기타 제품 3개로 총 18개를 수출규제 품목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일본 산업에 타격을 줄 제품은 전혀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수출규제가 생산차질로 이어지지 않고 생산비용을 높이는 데 그친다면 한국의 GDP는 0.25~0.46% 감소하고, 일본의 GDP는 0.05~0.09%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의 GDP 감소는 한국보다 작지만 한국의 보복이 강화될수록 일본의 GDP 손실도 커질 것으로 한경연 측은 전망했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할 경우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속한 전기전자산업 생산에 차질이 발생한다고 가정한다면 한국의 GDP 손실은 최고 6.26%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반면 일본의 GDP 손실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경연 측은 설명했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갈등이 심화할수록 일본보다 한국의 GDP 손실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국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은 물론 민간 외교력까지 총동원해 해결할 필요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동북아 안보 및 경제질서 유지를 위해 미국이 중재에 나설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면서 “한일 무역분쟁이 외교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무역분쟁은 양국 모두 손실을 보는 가운데 중국이 반사이익을 얻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분쟁이 악화할수록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래를 위한 동반자라는 인식을 양국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