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요 위축에 따른 공업제품 하락에 더해, 정책효과로 공공서비스 상승이 억제된 탓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0.2% 오르며 7월(0.6%) 이후 4개월 만에 상승으로 전환됐다. 물가 상승률은 8월 0.0%로 하락한 데 이어 9월(-0.4%)에는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0월에도 0.0%로 정체됐던 상황이었다.
단 근원물가에 해당하는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와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는 전년 동월보다 각각 0.6%,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1~11월 누계 상승률도 각각 0.9%, 0.7%에 머물렀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가격 민감도가 큰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0.2%에 그치고, 신선식품지수는 5.3% 내렸다.
품목성질별로 상품이 농산물(-5.8%), 석유류(-4.8%) 등을 중심으로 0.5% 하락했다. 가공식품과 전기·수도·가스가 각각 1.9%, 1.5% 올랐으나, 기여도 면에선 큰 역할을 못했다. 서비스도 공공서비스 하락(-0.9%), 외식 둔화(1.2%) 등으로 0.7% 오르는 데 그쳤다. 그나마 개인서비스 중 외식 외 물가가 1.9% 오르며 종합지수 상승률을 0.37%포인트(P) 끌어올렸다.
주요 등락품목을 보면, 배추(56.6%), 무(67.4%), 오이(50.4%) 등이 크게 오르고, 사과(-9.4%), 고춧가루(-14.1%), 마늘(-23.6%) 등은 내렸다. 공업제품은 휘발유(-4.2%), 경유(-4.1%),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 -11.3%) 등 석유류를 중심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세와 월세는 각각 0.1%, 0.4% 내렸다. 공공서비스에선 택시료가 14.8% 올랐으나, 고등학교 납입금이 36.2% 내렸다. 개인서비스에서는 공동주택관리비(5.7%), 구내식당 식사비(3.2%) 등이 상승했으나, 정책효과가 반영된 학교 급식비(-57.9%), 병원 검사료(-6.3%) 등이 하락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작년 높은 상승률에 따른 기저효과가 지속됐다”며 “농산물이 작년 11월에 기록적 폭염으로 급등한 반면, 올해에는 5.8%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유류는 국제유가 영향으로 하락세인데, 작년 유류세 인하로 (상승률이 낮았던 탓에 올해에는) 하락 폭이 축소됐다”며 “전체적으로 서비스가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고 부연했다.
향후 물가 재하락 가능성에 대해선 “적어도 마이너스만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1~11월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전월과 같았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2015년 0.7%까지 하락했던 물가 상승률은 2017년 1.9%까지 상승했다가, 이듬해 하락세로 전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