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법안 Zoom] 기득권과 핌피(PIMFY)에 꼬여버린 ‘공공의대’ 법안

입력 2019-12-0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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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간 의료격차 해소 위해 추진…야당·의사단체 반발에 좌초 위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0년 예산안 등을 안건으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0년 예산안 등을 안건으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괴감을 느낍니다. 정치가 갈등을 통합하고 치유하는 것이 한 면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다른 상이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 있다는 이유로 ‘결정하는 것’에 인색한 것이 과연 정치인들이 할 일인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법안소위에서 이른바 ‘공공의대’ 설립 법안이 공전 끝에 보류되자 푸념이 섞인 하소연을 했다. 당시 소위는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공공의대 설립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정기국회가 끝나도 12월과 2월 등 임시국회 일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총선을 앞둔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상 법안 처리가 좌초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대다수다.

공공의대 설립 법안은 지난해 4월 지난해 4월 당정협의회를 통해 추진되기 시작한 여당의 당론 법안이다. 이후 지난해 9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었던 김태년 의원이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1년이 넘도록 상임위 법안소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계류돼 왔다. 전북 지역에서 폐교된 서남대 정원 49명을 흡수해 공공의대를 만들고, 졸업자는 의료취약지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법안이 마련된 취지에 대놓고 반대하는 의견은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의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17년 기준 2.9명으로 전국 평균(1.9명)을 크게 웃돈다.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았다면 피할 수 있었던 ‘치료 가능한 사망률’도 지역 격차가 최대 1.3배에 달한다. 여기에 의대생들이 기피하는 응급, 외상, 분만 전공의 경우 의사 수가 부족한 상황이 장기간 이어졌다. 시장 논리에만 맡겨두지 말고 국가가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높아졌다.

그런데도 공공의대 설립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계와 야당의 반발이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공공의대 구상에 대해 지속해서 반대해왔다. 공공의대 설립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표면적인 논리이지만 공공의대가 의사 공급 확대의 단초가 될까 걱정스러운 것이라는 게 여야 의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복지위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의사협회의 입장을 대변하며 각론에서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의사 정원이 확대되는 데 대한 의료계 반발을 피하기 위해 전북 지역 폐교 정원 49명을 활용하기로 한 부분도 또 다른 문제점을 낳았다. ‘어디에 세울 것인지’의 정치논리로 변질되면서다. 일례로 오제세 민주당 의원의 경우 충북의 의과대학 정원이 전북보다 적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오 의원은 법안소위에서 “의사 수를 늘려 부족 지역에 확충하자”는 의견을 냈는데, 이 과정에서 기동민 위원장이 “당론을 완전히 거스른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국가적인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대 법안의 전망은 밝지 않다. 결국 회기 만료에 따른 자동폐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정부가 여전히 의지를 가진 만큼 논의의 불씨가 살아날지 주목된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지난달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임시국회에서도 법안을 통과시킨 사례가 있다. 아직 20대 국회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2월 임시국회까지 최대한 노력해 20대 국회 내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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