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부터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주 52시간제를 1년 유예해주는 대책을 11일 발표하자 노동계가 반발했다. 다만 주 52시간제 준비가 덜 된 기업들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노동계는 이번 대책으로 후진적인 ‘과로 사회’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기조가 후퇴됐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경영계 역시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50∼299인 기업에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들 기업이 계도기간 중 주 52시간제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다. 추가되는 인가 사유는 △인명 보호와 안전 확보 △시설·설비의 장애·고장 등에 대한 긴급 대처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 증가 △고용부가 국가 경쟁력 강화와 국민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 등이다.
이처럼 정부가 중소기업의 주52시간제 시행을 사실상 1년 뒤로 미루면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인력 채용 등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로서는 준비기간이 늘어 한시름 덜게 됐다.
하지만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앞서 작년 7월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300인 이상 기업에 최장 9개월의 계도기간을 주고, 이번에는 중소기업에 1년의 계도기간을 주면서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의지에 의심하고 있다.
특히 사실상 중소기업의 주52시간제가 시행되는 2021년은 문재인 정부 말기라는 점에서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냐는 것이다.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를 위한 시행규칙 개정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경영상 사유를 포함하는 것은 특별연장근로를 ‘특별한 사정’이 생긴 경우로 제한한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이번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경총은 “계도기간 연장은 행정적 조치에 불과하며 위법성 자체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못했다”며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3→6개월)와 연구개발에 대한 유연근무제 확대 법적 보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