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버테크놀로지의 음식배달서비스 ‘우버이츠’가 인도 사업을 현지 토종업체 ‘조마토미디어’에 매각하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에는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한국 최대 음식배달서비스업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지분 88%를 인수한다고 발표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유럽에서도 네덜란드의 ‘테이크어웨이닷컴’과 투자회사 ‘프로서스’가 영국의 ‘저스트잇’을 놓고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의 급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음식배달서비스업계의 기업 인수·합병(M&A) 의지가 갈수록 강해지는 모습이다. WSJ는 그 첫 번째 이유로, 투자자들이 위워크와 우버 등 스타트업들의 대규모 손실 등 문제를 목격한 만큼, 스타트업이 어떻게 적자를 해소하는지에 더욱 주목하게 된 점을 꼽았다. 성장 가능성을 보고 ‘묻지마 투자’를 하던 과거 관행이 더는 먹히지 않는 것이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우버이츠에 대한 우리의 전략은 매우 간단하다”면서 “앞으로 18개월 안에 현지에서 1~2위에 들지 못하는 부문은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공 확신이 있는 시장에만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버는 이미 지난 9월 한국에서 우버이츠를 접는다고 발표했고, 싱가포르의 경쟁사인 그랩 지분 27.5%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동남아시아 8개국 사업을 그랩에 넘긴 전력이 있다.
HSBC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우버가 경쟁이 치열한 인도 시장에서 철수하면 연간 약 5억 달러(약 5828억 원)의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 스타트업에 대한 사모펀드의 투자 열기가 한풀 꺾인 것도 음식배달서비스업계엔 위기일 수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음식배달·차량공유 등의 주문형 서비스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투자를 해도 이익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 경쟁사와의 제휴가 더 매력적이라는 투자자들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기업이 어느 정도 자사의 배달서비스에 투자해야 할지, 온라인 음식배달 시장에서 논의가 고조되고 있다. 저스트잇이 영국에서 고수익을 올리는 건, 대부분의 배달을 직접 하지 않고 레스토랑과 손님을 연결해주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저스트잇 인수를 노리는 프로서스는 성장의 다음 단계는 물류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이는 마진이 낮은 사업 모델. 자일스 손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투자금을 모으기가 어렵고, 고객 1인당 경제효과가 크지 않은 배달시장에서는 합병에 더 목이 마를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