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WTO 관계자는 이날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인도산 열연 탄소강 제품 관련 WTO 판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상소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인도 간 무역 분쟁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인도는 미국이 인도산 열연 탄소강 제품에 300%에 가까운 상계관세를 매기는 게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했다. 2014년 WTO는 미국의 보조금 상계관세가 WTO 규범에 어긋난다며 해당 관세 취소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미국이 계속해서 상계관세를 부과하자 2017년 인도는 미국이 인도산 철강에 대한 상계관세 취소 판정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WTO에 또다시 제소했다.
지난달, WTO는 “미국이 해당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미국에 인도산 열연 탄소강 제품에 불법적으로 부과하던 관세를 적절하게 변경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미국이 불복하고 상소를 제기한 것이다.
문제는 WTO 상소 기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이고 그 원인 제공자가 미국이란 데 있다. 7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상소 기구는 최소 3명이 있어야 재판부를 구성해 심리할 수 있다. WTO 규정상 위원 3명이 무역 분쟁 한 건을 심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신규 위원 임명을 계속 거부하면서 위원이 3명까지 줄어들었는데, 이 중 2명의 임기마저 지난 10일 종료됐다. 상소 기구의 기능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를 앞두고도 미국이 신규 위원 임명을 최종 거부한 결과, 11일 0시부터 위원이 1명에 불과하게 된 상소 기구는 정족수 부족으로 더는 심리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WTO 출범 24년 만에 분쟁 해결의 최종심 격인 상소 기구의 기능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기능이 마비된 상소 기구에 미국이 상소를 제기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오히려 앞서 1심 성격의 분쟁처리 소위원회(패널)가 내린 판정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미국이 수를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무역 관계자는 이런 비판에 대해 해법을 찾기 위해 인도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상소 기구의 마비 상태에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WTO 분쟁 기구는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국제 법원”이라고 강조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런 환경에 대해 다자간 무역시스템 훼손, 사업 불확실성, 무역전쟁 가능성을 고조시킨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24년 된 세계 무역분쟁 해결기구가 유명무실해지면서 WTO 회원국들은 각자도생 방안을 찾아야 할 형편에 처하게 됐다. 유럽연합(EU)은 국제 무역 규정을 위반하는 국가에 독자적으로 대항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