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 센터에 한식 매장이 들어섰다는 소식을 듣고 2주 전에 처음 방문했다. 처음부터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기 보다는 익숙한 ‘만두’와 ‘닭강정’을 주문했는데 입맛에 잘 맞아 너무 맛있게 먹었다. 4일에 걸쳐 동료들과 비빔 김밥, 잡채, 불고기 도시락 등 거의 모든 메뉴를 맛 봤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비비고 팝업스토어’를 1월 중순 방문한 조쉬 베이커(31) 씨는 한식에 대한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뉴욕 맨해튼 록펠러 센터에 '비비고 QSR(Quick Service Restaurant) 팝업'을 개점했다.
록펠러 센터는 유동인구가 많은 오피스 밀집 지역이자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비비고 QSR'은 새로운 문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뉴요커를 겨냥해 '비비고' 중심의 한국 식문화를 알리고자 CJ제일제당이 기획한 식문화 공간이다.
아카데미상을 휩쓴 영화 '기생충' 열풍에 CJ제일제당이 조용히 미소짓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K브랜드'의 위상 제고가 CJ제일제당의 미국 만두 사업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까지 '기생충' 관련 마케팅이나 전략을 따로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미국의 경우 만두뿐 아니라 'K푸드'와 관련한 마케팅을 수년전부터 진행해 왔고, 최근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만두의 세계화'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를 앞세워 2023년까지 국내외 만두 매출을 2조6000억 원 규모까지 늘리고, 이 중 글로벌 매출만 2조 원을 넘겠다는 계획이다.
공격적인 투자와 현지화 전략에 힙입어 2015년 1240억 원에 불과했던 CJ제일제당의 글로벌 만두 매출액은 2016년 1660억 원, 2017년 2404억 원, 2018년 3440억 원, 2019년 5600억 원으로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미국은 특히 CJ제일제당이 집중하는 해외 사업장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시장 공략의 발판을 다지기 위해 식품기업인 애니천(2005년), 옴니(2009년), TMI(2013년), 카히키(2018년)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2010년 미국에 처음 '비비고 만두'를 선보인 CJ제일제당은 2016년 만두 매출만으로 1000억원을 넘기며 중국 완차이페리의 '링링' 만두를 몰아내고 시장 점유율(11.3%) 1위에 올랐다. 이같은 결실에는 수년간 총 1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미국 내 '비비고 만두' R&D에 투자한 노력이 있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현재 미국 시장 매출은 CJ제일제당 글로벌 매출의 약 60%를 차지한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미국 시장에서 매출 1조 원을 돌파하고 2023년까지 1조3000억 원까지 늘려 '비비고 만두'를 냉동 피자와 같은 글로벌 식품 반열에 올리겠다는 목표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해 인수한 슈완스 컴퍼니를 통해 미국 내 영업력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등 5곳에 보유한 생산기지가 기존의 4배 이상인 22개로 확대됐다. 동시에 월마트와 크로거, 코스트코 등 미국 유통채널 3만여 점포에 비비고 만두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그간 3000여 개 매장에 입점해 있던 것과 비교해 10배 늘어난 규모다.
이외에도 CJ제일제당은 미국 내 K푸드 확산을 위한 '문화 마케팅'에도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이달 3일(현지시간)부터 2주 동안은 팝업 레스토랑의 흥행을 극대화하기 위해 맨해튼 중심가에서 비비고 만두 메뉴를 샘플링하는 비비고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푸드트럭 문화의 본고장이라는 점에 착안해 비비고를 중심으로 한 한국 식문화 전파에 나선 것.
안효진 CJ제일제당 비비고 글로벌 마케팅 담당자는 "만두 이미지와 ‘비비고’ 팝업 매장을 알리는 문구 등으로 래핑된 ‘비비고’ 푸드트럭을 통해 브랜드와 매장 인지도가 확대되길 바란다"며 "‘비비고’가 미 동부지역 메인스트림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도록 팝업 운영 기간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