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자금조달에 급제동이 걸렸다.
코로나19 감염 확대로 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1~2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의 회사채 발행액이 전년 동기 대비 30% 급감했다고 1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채권시장 위축은 물론 홍콩에서 기업공개(IPO)가 급감하는 등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 시장 혼란이 길어지면 기업 실적이 더 나빠져 신용 경색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1~2월 전 세계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달 27일까지 총 3640억 달러(약 441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지난해만 해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기업 자금조달 환경이 개선돼 연간 발행액이 2조50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는데 코로나19로 상황이 180도 바뀐 것이다.
가장 심각한 곳은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이다. 중국 기업의 회사채 발행액은 59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매입하는 달러화나 유로화 등 외화 표시 채권 발행이 위축됐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2월 중국 기업 중 외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 곳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SMIC 등 2개사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8개사에서 줄어든 것이다. 중국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위안화 채권 발행액도 1~2월에 전년보다 30% 이상 줄었다.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기업의 회사채 발행액은 40% 급감했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홍콩 IPO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달 IPO를 실시한 업체는 2개사에 불과, 1월의 25개사에서 급감했다. 홍콩증시 상장을 모색 중인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와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JD닷컴의 상장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 활동이 정체하는 것도 부담이다. 홍콩에서 기업 상장을 지원하는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중국 본토에서 사람들이 출장을 나올 수 없어 일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투자자 설명회를 중지할 수밖에 없어 상장 준비에 차질을 빚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자금조달 환경 악화는 서구권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한 네덜란드 자원탐사업체는 지난달 28일 시장 환경이 불리하다며 5억 유로 규모 회사채 발행을 취소했다. 원자재 가격 급락 등 글로벌 상품시장 혼란을 반영한 것이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2월 24~28일 미국의 IPO는 1개사에 그쳤다. 올해 최대 IPO로 기대되는 세계 최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상장이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중국 베이징에서 숙박 공유를 일시 중지하는 등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기업 자금조달을 뒷받침하고자 은행에 지원을 요청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방역 및 기업 생산 재개를 위한 은행 대출은 올해 1~2월 1조 위안(약 173조 원)을 넘었다. 시장 혼란이 길어지면 은행들도 부실화할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