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는 지난해 8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90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가정폭력 실태조사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4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로, 가정폭력 피해 경험, 폭력 피해 영향, 도움 요청 정도, 가정폭력 인식, 정책인지도 등을 조사했다.
지난 1년 동안 여성이 배우자로부터 폭력 피해를 입은 경우는 10.3%로 나타났다. 폭력 유형별로는 정서적 폭력 8.1%, 성적 폭력 3.4%, 신체적 폭력 2.1%, 경제적 폭력 1.2% 순이다.
남성이 지난 1년 동안 배우자로부터 폭력 피해를 입은 경우는 6.2%였다. 정서적 폭력 5.8%이 가장 많았고, 신체적 폭력 0.9%, 성적 폭력 0.1%로 조사됐다. 경제적 폭력은 0.8%로 나타났다.
◇ 재산관리 함께하면 폭력 피해율 낮아져 = '재산 관리' 의사결정권자에 따라 배우자에 의한 폭력 피해 경험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부가 의논해서 함께 재산 관리를 하는 경우 상대방이 주도적으로 재산 관리를 하는 것에 비해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피해 경험률이 낮았다.
배우자에 의한 폭력 피해 발생 시기는 여성과 남성 모두 '결혼 후 5년 이후'가 여성 46.0% 남성 58.0%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결혼 후 1년 이상 5년 미만'이 여성 30.0%, 남성 20.7%로 조사됐다.
배우자에 대한 폭력 이유는 여성과 남성 모두 '배우자가 나를 무시하거나 내 말을 듣지 않아서'(여성 63.6%, 남성 63.9%)가 가장 많았다. '배우자로서의 의무와 도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여성 20.2%, 남성 15.5%) 라는 응답도 많았다. '배우자의 폭력으로부터 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의 경우 여성 2.9%, 남성 0.9%로 여성이 남성보다 다소 높았다.
◇ 피해자 절반 "별다른 대응 안했다"…이유는 "배우자여서" = 배우자가 폭력행동을 했을 때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은 이들이 많았다. 폭력을 경험한 45.6%(여성 48.3%, 남성 40.7%)는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는 △배우자이기 때문에 21.9%(여성 25.3%, 남성 14.8%) △대응해도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아서 14.9%(여성 18.5%, 남성 7.6%)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13.7%(여성 12.7%, 남성 15.7%) 순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에 의한 폭력 피해 경험자의 85.7%는 폭력행동을 했을 때나 그 이후에 경찰, 여성긴급전화 1366, 가정폭력상담소 등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 도움을 요청한 이들은 '가족이나 친척'(7.2%), '이웃이나 친구'(3.6%), '경찰'(2.3%), 여성긴급전화 1366(0.4%), 가정폭력상담소 및 보호시설(0.4%) 순으로 도움요청 비율이 높았다.
만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사람 가운데 지난 1년간 아동을 학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27.6%(여성 32.0%, 남성 22.7%)였다. 정서적 폭력 24.0%, 신체적 폭력 11.3%, 방임 2.0% 순으로, 정서적 폭력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 가정폭력 인식 높아…74.9% "가정폭력상담소 알고 있다" =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도 전반적으로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가정폭력은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응답률은 81.5%에 달했다. 특히 94.7%는 '이웃의 아동학대를 목격하면 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답했고, 88.3%는 '이웃의 부부간 폭력을 목격하면 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90.3%는 '가족이 아니더라도 가정폭력(아동 및 노인학대 포함)을 알게 된 때에는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했다.
가정폭력상담소를 알고 있다는 응답이 74.9%(’16년 72.8%)로 가장 높았고, 가정폭력, 아동 및 노인학대 긴급신고 112가 65.1%(’16년 57.9%),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이 58.2%(’16년 51.6%), 여성긴급전화 1366이 43.3%(’16년 36.5%)로 2016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가정폭력 감소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학교에서 아동기부터 폭력 예방교육'과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강화'는 3.6점(4점 척도)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가정폭력 관련 법 및 지원 서비스 홍보', '가정폭력 예방교육', '성평등 의식교육' 등 5개 정책이 3.5점으로 높았다.
책임연구자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정혜 박사는 "가정 내에서 재산관리를 배우자가 주로 하는 경우보다 배우자와 함께 의논해서 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폭력 피해 경험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평등한 관계에서 폭력이 더 적다고 볼 수 있으므로 평등한 가족관계 및 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