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M&A 규모는 125억 달러(약 15조2300억 원)로, 주간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1분기 전체 M&A 금액은 총 698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 급감하고 1분기 기록으로는 2016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레온 칼바리아 씨티그룹 기관고객 부문 회장은 “대부분 기업이 M&A 활동 정지 버튼을 누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에 시장이 단기적으로 정체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자사 종업원과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 현금으로 M&A에 베팅할 회사는 없으며 사모펀드들도 딜(Deal)을 추구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업체 관리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라 미국 M&A 활동이 갑자기 위축돼 전 세계 수치가 안 좋아졌다고 FT는 지적했다. 미국의 1분기 M&A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1% 급감한 2530억 달러에 그쳤다.
반대로 유럽은 2320억 달러로 51% 급증했다. 보험중개업체 에이온이 경쟁사인 윌리스타워스왓슨을 300억 달러에 인수하고 사모펀드들도 활발하게 움직인 것이 유럽시장 호황을 이끌었다. 그러나 유럽 M&A 대부분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 일어난 것이라고 FT는 상기시켰다.
페렐라와인버그파트너스의 디트리히 베커 유럽 자문 책임자는 “코로나19 사태 초창기만 해도 모두가 비교적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시간이 흘러갈수록 매출 감소 속에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은 빠르게 고갈됐다. 이에 이들은 신용등급과 유동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스베르방크가 중앙은행에서 국영펀드로 무려 400억 달러에 달하는 지분을 이관한 것은 유럽 M&A 시장이 번성한 것처럼 보이는 통계 왜곡 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FT는 지적했다.
국경 간 M&A는 전년 대비 17% 감소한 20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붕괴 속에 세계 각국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 움직임을 강화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스템이 문제였던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그런 문제가 없어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M&A 활동이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UBS의 로스 에스페랑스 뱅킹 부문 글로벌 공동 대표는 “고객들이 시장은 어디로 움직이는지, 이번 사태가 각 산업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평가하면서 안정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에 M&A 활동이 둔화했지만 물밑에서 대화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사태가 끝나면 금융위기 이후보다 훨씬 크고 빠르게 시장이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