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없는 헌정 초유의 대통령이 나올까.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1987년 개헌 이후 처음으로 180석을 확보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날개를 달게 됐다. 특히 이번 선거 압승 요인이 ‘정부 재신임’으로 분석되면서 문 대통령은 더욱 큰 동력을 낼 수 있게 됐다. 중앙정부와 주요 지방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모두 장악한 거대 여당의 탄생은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에 본격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나아갈 기반이 됐다는 게 정가의 해석이다.
180석은 다른 정당의 도움 없이 민주당 단독으로도 국회선진화의 제약을 피해 갈 수 있는 숫자다. 여야 간 입장 차가 커 상임위에서 처리가 되지 않는 법안도 전체의원 300명의 5분의 3인 180명 이상이 서명하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릴 수 있다. 이후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상정돼 의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7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개혁과제를 비롯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이행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문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민생·경제 정책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긴급재난지원금 내용을 담은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청신호가 켜졌다. 문 대통령은 14일 “국회 통과를 기다리지 말고 (긴급재난지원금) 신청부터 받으라”고 했을 정도로 마음이 급하다. 긴급재난지원금 외에도 문 대통령은 과반 의석을 토대로 한동안 코로나19와 경제위기 극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도산하는 기업을 막고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금융 조치 등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특히 최근 강조하고 나선 ‘포스트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고용 유지와 비대면산업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한동안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면 그동안 미뤄뒀던 임금 인상과 부동산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혁신성장을 필두로 용도폐기론까지 나왔던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물론 21대 국회가 시작되는 6월까지는 야당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삐걱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총선에서 확인한 민심은 야당을 강하게 압박할 명분으로 작동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경제 상황과 기업의 반발 등을 감안할 때 속도와 수위 조정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근로시간이나 최저임금 등을 손보되,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 이외의 분야에서는 적폐청산, 반부패 개혁에 계속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되고 검찰 내부개혁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에 여권 성향의 인물 임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윤석열 검찰총장 거취도 관심사다.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으로 멈춰 선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일정 수준의 정치적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안한 남북 보건협력을 고리로 남북 협력 확대 시도가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미 관계가 답보상태에 놓여 있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