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6월 세계경제 정상화돼도 소비심리 회복 더뎌 장기화 불가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떨군 폭탄에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그로기 상태다. 이달 초 수출액이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져 수출 공포는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하반기까지 부정적 영향이 지속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냈다.
![▲5월 수출입 동향 (그래픽=손미경 기자)](https://img.etoday.co.kr/pto_db/2020/05/20200511151030_1458605_1000_321.jpg)
◇5월 1∼10일 수출, 품목·국가 일제히 부진 = 코로나19 수출 공포는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4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3% 감소한 369억2000만 달러에 그쳤다. 문제는 이달 들어 수출 부진이 더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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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이 6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3%(59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수출 주력 품목은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선박(55.0%)을 제외한 반도체(-17.8%), 무선통신기기(-35.9%), 석유제품(-75.6%), 승용차(-80.4%) 등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출 상대국별로도 중국(-29.4%), 미국(-54.8%), EU(-50.6%), 베트남(-52.2%), 일본(-48.4%), 중동(-27.3%) 등 주요 시장에서 일제히 수출이 위축됐다.
코로나19의 영향이 품목과 시장을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에 따른 글로벌 교역 부진으로 수입액 역시 크게 감소했다. 1~10일 수입액은 9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2%(56억5000만 달러) 줄었다. 이에 따라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 규모는 약 26억3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달 같은 기간의 적자액 24억3000만 달러보다 적자폭은 2억 달러 확대됐다.
◇문제는 장기화… “올해 연말까지 간다” =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부진은 올해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위축이 지속되는 한 수출을 살릴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수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이 됐던 거고 앞으로 얼마나 타격을 입고 얼마나 오래갈 것이냐의 문제”라며 “현 상황이 하반기 내리 지속된다고 보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유럽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이냐에 따라 수출 성적이 달라질 수 있지만 올해 연말까지는 갈 것으로 본다”며 “설령 6월에 글로벌 경제가 정상화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심리가 그렇게 금방 돌아오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수출 부진에 대응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 뼈아프다.
정 교수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영향을 받고 있고 안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출 부진을)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특별히 대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글로벌 상황이 너무 안좋다"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연합뉴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0/04/20200421143654_1451370_500_333.jpg)
정부도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타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수요 충격을 함께 겪고 있어서 선진국의 금융 충격이 주요 원인이었던 2008년보다 이번이 더 어려울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수출 부문은 더 깊고 장기화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방역 모범국으로 떠오른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성 장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출 부문은 더 깊고 장기화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기업이 안정적인 부품 확보를 추구하면서 공급 라인을 조정하면 오히려 한국에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연합(EU)의 주요 공장이 감염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중국 등에 있는 공장을 대거 이전하는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이 이뤄질 경우 단기적으로는 한국도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으나 오히려 해외 공장을 국내에 유치하는 기회도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성 장관은 "그동안 효율성과 비용 중심으로 생성된 GVC는 이제 탄력 회복성과 신뢰성 중심으로 재편성될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는 한국이 핵심 부품·소재 공급에 있어 아시아의 컨트롤 타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