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를 담은 '임대차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모두 통과하면서 시행 초읽기에 들어갔다. 시장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는 견해와, 전월세시장을 둘러싼 혼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임대차 3법의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집주인의 재산권과 세입자의 주거권을 놓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중이다. 거대 여당은 임차인의 주거권 보장을 앞세워 임대차 3법을 밀어붙인 반면, 야권에서는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대안을 촉구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의 기본 임대 기간에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해 세입자가 2년 더 거주하게 하는 ‘2+2’ 방식으로 도입된다.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승폭은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이상 넘지 못하게 했다. 전월세상한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5% 이내에서 상승폭을 다시 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집주인과 직계존속·비속이 주택에 실거주할 경우에는 계약 갱신 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 기존에 계약한 세입자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는데 세입자를 내보내고, 갱신으로 계약이 유지됐을 기간 내에 새로운 세입자를 받으면 기존 세입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전월세 신고제는 전월세 거래를 하면 30일 이내에 임대차 계약과 관련한 내용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제도다. 계약을 변경하거나 해지할 때도 신고가 의무화된다.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은 임대차 3법은 내달 4일 국회 본회의만 남겨두게 됐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본회의 통과 후 조만간 시행에 들어갈 전망이다. 전월세신고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준비 기간이 필요해 내년 6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제기능을 하려면 거래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전월세신고제가 선행돼야 하는데 순서가 바뀌었단 지적이 나온다.
임대차 3법이 정부 계획대로 작동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4년간 5% 이내 임대료 인상률로 살 수 있게 된다. 전월세 신고 시스템이 구축돼 세입자가 거래정보를 참고해 원하는 동네의 임대주택을 선택할 수도 있다.
정부와 여당은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급격한 전월셋값 상승을 억제할 수 있고 임대보증금 등에 대한 조세도 한층 세밀하게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냉랭한 편이다.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전·월세 주택의 공급이 줄어들고, 임차인의 세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시장에선 법 시행에 앞서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임대료를 못 올리면 관리비라도 올려 받겠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집주인의 항의가 넘쳐나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임대차 3법이 임차인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4년치 임대료 인상분이 한 번에 오르고, 임대차 공급 주택 부족과 보증부 월세로의 계약 증가 등 부작용이 있다”며 “일례로 5억 원을 기준으로 잡든지 해서 법의 적용 범위를 한정하고 그 외는 시장에 맡기는 식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