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비웃듯’ 사익편취 사각지대 회사↑…효성이 가장 많아

입력 2020-08-31 12:00 수정 2020-08-3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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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家 3.6%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 활용해 그룹 장악

▲대기업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대기업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올해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중 총수 일가 사익편취규제를 적용 받지 않은 사각지대회사가 전년보다 12곳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LG그룹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던 총수일가 소유 상장사의 지분율을 30% 미만으로 낮춰 이 회사를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5월 1일 지정된 64개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ㆍ대기업집단) 소속회사 2292곳의 주식소유현황을 분석해 31일 공개했다. 64개 집단 중 총수있는 집단은 55개, 총수 없는 집단은 9개다.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분석 결과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는 50개 집단 소속회사 210곳으로 전년보다 9곳이 감소했다. 이중 상장사는 4곳이 늘어난 반면 비상장사는 13곳이 줄었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가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비상장사는 20% 이상)를 사익편취 규제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사익편취규제 회사가 많은 집단은 효성(15개), 한국타이어(13개), 중흥건설(13개) 등 순이었다.

반면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 회사는 51개 집단 소속회사 388곳으로 전년(376개)보다 12곳이 늘었다. 사각지대 회사는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30%미만인 상장사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가 50%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사각지대 상장사가 50%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를 말한다.

이중 총수일가 지분율이 29~30% 미만 구간의 상장사는 현대글로비스, (주)LG,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태영건설 등 5곳이다. 간발의 차이로 사익편취 규제를 벗어난 것이다. 사각지대 회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집단은 효성(32개)이었으며, 롯데, 네이버 등 4개 집단은 사각지대 회사를 보유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분 매각, 계열 분리 등으로 사익편취규제 회사가 줄긴 했지만, 규제사각지대 회사는 오히려 늘어났다"며 "특히 LG의 경우 상장 계열사인 (주)LG의 총수일가 소유 지분율을 31.9%에서 29.1%로 낮춰 사익편취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공익법인・해외계열사・금융보험사 등을 활용한 우회적 계열 출자 사례도 늘어났다. 공익법인이 출자한 계열회사는 124개에서 128개, 해외계열사가 출자한 국내 계열회사는 47개에서 51개, 금융・보험사가 출자한 비금융 계열회사는 41개에서 53개로 모두 증가했다. 이는 우회출자를 활용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소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소유지배구조도 여전했다. 총수 있는 55개 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7.0%로 전년보다 0.5%포인트(P) 줄었지만 50%대의 높은 지분율을 유지했다. 내부지분율이란 계열회사 전체 자본금(액면가 기준)에서 동일인 및 동일인 관련자(친족, 임원, 계열회사, 비영리법인 등)가 보유한 주식가액(자기주식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내부지분율 57.0% 중 총수 일가 지분율은 3.6%(총수 1.7%·친족 1.9%)이었고, 계열회사는 50.7%, 비영리법인 0.1%, 임원 0.1%, 자사주 0.3%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수 있는 상위 10개 집단의 총수의 내부지분율은 0.9%(총수일가 2.4%)에 불과했다. 이중 SK의 총수 내부지분율은 0.3%(총수일가 0.46%)로 가장 낮았다.

64개 집단 중 현대자동차(4개), SM(5개), 태광(2개), KG(10개) 등 4개 집단이 21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보다 7개가 늘어난 것인데, 올해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KG가 보유한 10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추가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가 4% 미만의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고,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의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있다"며 "또한 공익법인이나 해외계열사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순환출자의 경우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신규 지정된 기업집단이 원래 보유하고 있었던 순환출자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돼 제도 개선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신규 순환출자 고리만 규제토록 하고 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으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순환출자는 규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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