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기로 잠정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정 의원은 “나와 많은 회원이 2003년 발족한 시민단체 이름이 국민의 힘이다. 통합당의 새 당명으로 거론되는 것에 심히 유감이고 불쾌하다”고 비난했다. 여기서 띄어쓰기는 별 문제가 안 된다.
사실 많은 이들의 첫 반응도 “와~!”보다는 “음…?”에 가까웠을 것이다. 우선 국민의당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 외에 국민참여신당, 국민새정당 등 ‘국민’이 들어간 정당들도 의외로 많다.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또 당명에 ‘당’을 없애겠다는 첫 시도와 달리 여전히 ‘국민의힘당’이라고 불러야 할지, 그냥 ‘국민의힘’이라 불러야 할지 이래저래 헷갈려 한다. 입에 딱 달라붙지 않는다. 물론 30여 년간 ‘국가·나라’ 중심의 보수 당명 체계를 뒤엎고 새 당명에 ‘국민’을 넣은 것은 보수뿐 아니라 중도층까지 아우르겠다는 의지도 내포돼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새 당명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컸는지, 베일이 벗겨지자마자 이래저래 아쉬운 목소리들이 나온다.
게다가 7개월이라는 당명 수명은 30년 보수정당 역사상 ‘초단기 보수당 1위’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1위를 탈환한 셈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1996년 2월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자유당이 당명을 바꿔 새로 창당한 ‘신한국당’이 1위였다. 당시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가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이 제기되며 곤경에 빠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7년 외환 위기로 당 지지율이 하락세로 접어들자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1997년 11월 민주당과 합당해 새롭게 ‘한나라당’을 창당하게 된다. 신한국당은 1년 9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수많은 잡음과 삐걱거림 속에서 통합당은 국민의당으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까. 사실 당명도 당명이지만, 내면을 싹 바꾸고 내실 있는 당으로 혁신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모두 완패했고 탄핵이라는 충격 여파도 아직 남아 있다. 당명도 여러 번 바꿔 봤지만 쇄신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최근에는 거대 야당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무기력함뿐이었다.
이쯤 되면, 통합당 지도부가 “정말로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그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우리 스스로도 변화를 이룰 능력이 있는가에 예의 주시 중이다. 과거 탄핵이라는 아픔을 겪었고 지난 선거에서 계속 패배하며, 특히 4월 15일에는 엄청난 패배를 겪고 당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고 공감하고 있다.
김 위원장 말대로 당이 변화한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고, 국민이 또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그렇지, 저 당이 별수 있겠냐”는 소리는 절대 듣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