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자 중 트래픽 다량이용자(헤비유저) 비율이 늘면서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 압박을 받는 이동통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요금제를 낮추면서 데이터 제공량을 줄이면 실효성 논란이 불거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발표하는 무선데이터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5G 헤비유저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G 통계는 지난해 2분기부터 포함돼 꾸준히 증가하다가 올해 2분기 헤비유저 비율이 소폭 줄어드는 모양새였다. 그러다 3분기에 반등해 역대 최고 규모를 경신했다.
9월 기준 5G 서비스의 트래픽 이용량은 22만6786TB으로 2분기 6월 대비 33.5% 증가했다. 8월 22만5055TB에서도 증가한 것으로 9월 트래픽은 5G를 제외하고 3G, 4G, 와이파이 모두 8월보다 감소했다. 5G 트랙픽을 쓰는 사람 중 데이터를 많이 쓰는 상위 1%는 2만3032TB를 사용했고, 이 비중은 전체 5G 사용자의 10.2%를 차지했다. 상위 5%와 상위 10% 이용자는 각각 6만3385TB, 9만6011TB를 썼고 이는 전체 비중의 27.9%, 42.3%를 차지했다.
헤비유저 중심의 5G 서비스가 자리 잡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5G 서비스는 애초에 데이터를 많이 쓰라고 만들어진 것이고, 실제 AR VR 등 5G용 콘텐츠들의 데이터 소모량은 현저히 크다. 이 때문에 이통 3사 모두 5G 요금제에서 주력으로 미는 요금제는 ‘데이터 무제한’이다.
5G 가입자 증가도 헤비유저가 늘어나는 요인 중 하나다. 9월 말 기준 5G 가입자 수는 924만8865명이며 올해 1000만 돌파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가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압박하면서 이통사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초 KT는 월 4만5000원과 월 6만9000원짜리 5G 요금제를 출시했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요금제 개편을 약속했다. 3분기 컨퍼런스콜(컨콜)에서도 SKT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 신규 5G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새롭게 나올 5G 중저가 요금제의 가격 수준과 데이터 제공량은 KT가 먼저 내놓은 요금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SKT의 신규 요금제 역시 10GB 이하의 소량 데이터에 4만 원대와 100GB 가량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6만 원대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5G 중저가 요금제란 4만 원대 선이다. 지난해 말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통 3사 CEO 간 첫 간담회 직전 중저가 요금제의 기준을 4만 원대 이하로 보냐는 기자의 질의에 최 장관은 “그런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KT가 내놓은 4만5000원 요금제의 경우 데이터 5GB(소진 시 최대 400Kbps 속도)를 제공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5G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량에 크게 못 미치는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단순히 가격만 낮췄다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9월 기준 5G 요금제 가입자당 트래픽 사용량은 25.7GB 수준이다. LTE 요금제 가입자당 평균인 9.9GB의 2.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따라서 SKT와 LG유플러스가 중저가 5G 요금제를 내놓을 때 그 실효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생겼다. 가격이 내려가면서 데이터 제공량도 내려가면 소비자 효용 측면에서 개선된 요금제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저가 요금제를 이미 출시한 KT는 3분기 컨콜에서 “8만 원 이상 5G 요금제 가입 비중이 여전히 8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통 업계 관계자는 “통신업의 수익률이 전체적으로 떨어지고, 5G 망 투자의 책임은 계속되는 상황에서 낮은 요금제를 출시하라는 압박은 너무나 큰 고민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마른 수건 쥐어짜듯 짜내면 결국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는 통신업뿐 아니라 5G 콘텐츠 산업에까지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