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G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점쳐지면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업계 1위인 퀄컴이 5나노 공정을 처음 적용한 차세대 AP 제품을 내놓은 가운데, 삼성전자의 5나노 주력 AP 신제품 ‘엑시노스 2100’의 공개 시점도 임박했다.
화웨이 제재 영향으로 OVX(오포ㆍ비보ㆍ샤오미)로 대표되는 중화권 제조사 AP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향후 시장 판세가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유튜브 채널과 엑시노스 트위터 계정에 ‘엑시노스 2100’ 공개를 암시하는 영상과 글을 올렸다.
"당신이 사랑하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여정에서, 우리를 지지해준 이들을 위한 작은 이야기를 준비했다"며 "올해는 힘든 한 해였지만 우리를 지지해준 팬들에게 고맙다"는 내용이다. “15일까지 기다려달라”고도 했다.
이를 근거로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최초 5나노 플래그십용 AP 제품인 엑시노스 2100 발표일이 15일이라고 추정한다. 중저가형 AP였던 엑시노스 980을 출시한 지 한 달여 만에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엑시노스 2100은 엑시노스 990 후속작으로, 자체 개발 대신 ARM 레퍼런스를 탑재해 성능을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인공지능(AI)과 그래픽 기능을 강화하며 스냅드래곤과 성능 격차를 최대한 줄이는 전략이다.
퀄컴에 이어 삼성전자도 5나노 주력 제품을 내놓으면서 내년 AP 시장 경쟁에도 가속이 붙었다.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점유율 급락이 예상되고, 자급자족식으로 AP를 만드는 애플을 제외하면 퀄컴, 미디어텍,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3파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2분기 기준 전 세계 AP 시장에선 퀄컴(29%)이 1위, 미디어텍(26%)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은 하이실리콘과 애플에 밀려 5위(13%)에 그쳤다.
핵심은 중국 제조사 물량을 누가 더 많이 수주하는 지다. AP를 자체 조달했던 화웨이와 달리 OVX(오포ㆍ비보ㆍ샤오미)는 AP를 외부에서 구매한다.
제조사들 역시 이를 의식한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엑시노스 980' 출시 당시 중국 상하이에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다. 현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퀄컴은 이달 초 내놓은 새 제품 ‘스냅드래곤 888’에 중국에서 행운의 숫자로 꼽히는 8을 세 번 포함했다.
향후 AP 시장에서 가장 큰 수혜는 퀄컴이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화웨이가 중국 내수시장에서 플래그십 판매량이 많았던 만큼, OVX도 이를 대체할 높은 사양 제품을 내놓는 데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지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퀄컴 5G 플래그십 AP는 최고사양 보증수표”라며 “현재 OVX는 상반기에 나오는 플래그십 모델에만 퀄컴 플래그십 AP를 채택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상ㆍ하반기 플래그십 모두에 퀄컴 AP 채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시리즈와 엑시노스 AP를 탑재한 비보, 샤오미 일부 물량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작년 엑시노스 990의 성능 문제로 갤럭시 시리즈 탑재량이 20%까지 쪼그라든 '뼈아픈 경험'을 했지만, 올해는 50% 수준까지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파운드리 사업까지 시각을 확장해보면 퀄컴과 삼성이 '윈-윈' 관계에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퀄컴이 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스냅드래곤 888 전량 수주를 맡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많이 발전하기도 했고,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가 좋아서 내린 선택일 것”이라며 “퀄컴으로선 스냅드래곤 제품을 가장 많이 사 가는 기업이 삼성전자고, 퀄컴 AP 물량 증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이익 개선과 직결되는 만큼 ‘윈-윈’ 관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