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업계, "인센티브 없이 규제만 추가"
자동차 판매사가 저공해(친환경)차를 목표치만큼 판매하지 못하면 징벌 성격의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아마추어적 정책이라며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에는 ‘저공해자동차 보급 기여금’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저공해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자동차 판매사에 매출액 1% 이하의 금액을 기여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기여금 부과 기준이 될 매출액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기여금을 환경부 장관이 지정하는 비영리법인에 내도록 했고, 기여금은 저공해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사업이나 충전시설을 설치ㆍ운영하는 데 사용토록 규정했다.
그간 정부는 자동차 판매사가 매년 저공해차 보급계획을 마련하고 그 실적을 제출하도록 해왔다. 하지만, 목표를 준수하는 판매사의 비율이 최근 5년간 절반 남짓에 그치자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벌금 성격의 제재 수단을 신설한 것이다.
개정안은 2년 뒤부터 적용된다. 대상이 되는 자동차 판매사의 2022년 실적에 따라 기여금을 2023년에 부과하는 식이다.
현행 시행령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평균 4500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모든 기업이 저공해차 보급제를 적용받는다. 올해 이 규정을 적용받은 기업은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를 비롯한 국산차 업계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ㆍ폭스바겐, 한국토요타, 혼다, 닛산 등 수입차를 포함한 11개사다. 사실상 대부분의 완성차 판매사가 제도 적용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는 저공해차 범위에 전기차, 수소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외에 기준을 충족한 휘발유와 LPG 자동차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범위는 차례로 축소돼 2023년께에는 PHEV와 LPG까지도 저공해차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전기차와 수소차 판매 실적만으로 기여금이 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자동차 업계는 답답함을 호소한다. 정부와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지만, 최종안에 업계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시행령과 고시가 나와야 구체적인 기여금을 산정할 수 있다”라면서도 “인센티브(유인책) 대신 규제만 도입해 우려가 크다. 판매할 차종이 마땅찮아 목표 달성이 어려운 회사도 있는 만큼 기여금을 최소화하거나 제도 시행을 미룰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