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비슷한 규제를 받게 돼...성장성과 수익성에 악영향 가능성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이 당국 압박에 결국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 중국 당국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금융사가 아닌 IT 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려던 창업자 마윈의 꿈이 좌절된 것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앤트그룹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사업개편안을 당국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간 금융사가 아닌 IT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해왔던 앤트그룹으로서는 중대한 전환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금융지주사의 경우 금융당국의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전자결제 앱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은 당초 자회사 중 하나를 금융지주사로 만들어 소액 대출 등 금융 자회사를 지배하도록 하고, 대신 모회사인 앤트그룹은 당국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IT 업체로 만들려고 했다.
지난해 말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해 역대 최대 규모인 약 350억 달러(약 39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려던 것도 이 같은 계획의 일부였다. 앤트그룹의 상장 계획은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 작년 10월 말 공개 석상에서 "당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 뒤 중단된 상태다. 이후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 경영진을 소환한 데 이어 금융지주사 설립 등 5대 개선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앤트그룹이 운영하는 알리페이는 중국 내 10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 기준 처리된 결제 금액만 17조 달러가 넘는다. 결제서비스 외에도 보험과 펀드 투자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 무담보 단기 대출 사업까지 진출했다. 그간 앤트그룹은 일부 사업에서만 규제를 적용받았으나 은행이나 보험 사업부문에서는 규제 제외 대상이었다.
WSJ는 앤트그룹이 당초 계획과 달리 모든 사업을 금융지주사 하에 편입시키게 되면 금융지주사로 막대한 자본금을 납입해야 하는 등 은행과 비슷한 규제를 받게 되며 이는 곧 성장성과 수익성에도 큰 영향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앤트그룹이 제출한 사업개편안은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금융안정발전위원회(FSDC)의 승인이 필요하며 다음 달 춘제(설) 연휴 이전에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