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etoday.co.kr/pto_db/2021/03/20210311180232_1592681_200_274.jpg)
입사 8년 차인 베테랑 말단사원인 세 친구가 대리 진급을 목표로 회사 토익반에 들고, 우연히 알게 된 회사의 엄청난 비리를 함께 파헤친다. 스토리만 봐서는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를 연상시키지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여기서 한걸음 더 들어간다. 내부 고발자의 투쟁과 기업의 환경범죄 고발을 넘어 우리 사회에 이제야 형체를 띠며 나타난 ‘주주자본주의’의 가치와 중요성까지 은근슬쩍 일깨워 준다.
제목에 삼진그룹이 있어 불필요한 상상을 할 수 있지만 영화의 첫머리에 특정 회사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음을 못 박아 소모적 논쟁을 막았다. 하지만 영화의 도입부 사건은 분명 실제 일어난 일이다. 1991년 경상북도 구미의 한 공장 생산라인에서 파이프가 파열돼 대구 상수원 취수장으로 페놀이 흘러들어 수돗물을 오염시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결국 기업 회장이 물러나고 주무장관은 경질되었다. 이종필 감독은 당시 실제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영화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https://img.etoday.co.kr/pto_db/2021/03/20210311180231_1592680_360_299.jpg)
삼진그룹도 해외 투기 자본의 피해자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되는데(물론 자승자박이었지만), 이를 해결하는 이들은 놀랍게도 개미 투자자나 소액 주주들이다. 이들이 똘똘 뭉쳐 위기를 모면한다. 영화의 결말을 보면서 ‘주주자본주의’가 약탈적 자본주의라는 척박한 토양에 안착할 수 있다면 퇴행적으로 흘러가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제3의 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