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한 ‘5도2촌‘

입력 2021-03-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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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도시 직장인들의 로망으로 각광받는 트렌드 중에 ‘5도2촌(5都2村)’이라는 것이 있다. 평일 닷새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 이틀은 시골에서 보낸다는 의미다. ‘5도2촌’에는 캠핑족도 포함되지만, 시골 땅에 조그마한 주말주택을 마련해 두 집 살림을 하는 것도 이처럼 불린다.

그런데 이 5도2촌은 보통 일이 아니다. 마땅한 토지를 물색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지만, 본격적인 고생은 땅을 사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지주가 되려면 국가의 간섭과 규제를 뚫고 땅을 소유할 자격이 있다는 것부터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토지가 농지, 즉 논과 밭이 아닌지부터 따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1000㎡(약 330평) 이상의 농지는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은 사람만 소유할 수 있다. 물론 농지취득자격은 농민에게만 주어진다. 농민이 아니라면 1년에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해야 하고 영농경영계획서를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외지인들의 투기를 막고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농사지을 땅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주말농장 경험 정도가 전부인 도시 직장인들이 큰맘 먹고 땅을 사려다 포기하게 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20여 년 전부터 서울에서 정치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양산에 농지가 포함된 사저 부지를 매입했다는 점에 시선이 쏠리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경기도 광명시와 시흥시 일대 농지를 사들였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분노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물론 문 대통령의 농지는 퇴임 후 귀농·귀촌을 위한 준비이니 투기로 얼룩진 LH 사태와는 본질부터 다르다. 정치적 리스크를 무릅쓰고 불법이나 편법을 동원해야 할 이유도 찾기 어렵다. 그러니 야당의 정치 공세보다는 “농지법 등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민께서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는 청와대 해명에 더 신뢰가 간다. 절차와 과정의 적법성을 목숨처럼 대하는 문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어렵지 않게 이해되는 일임에도 여론이 반응하는 이유는 적법이 아니라 공정에 관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매입한 사저부지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일대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1871㎡가 농지다. 이 땅을 사려면 농업인에게만 주어지는 농지취득자격을 얻어야 한다. 농지법상 ‘농업인’은 1000㎡ 이상 농지에서 농작물 등을 재배하거나, 1년 중 90일 이상을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 농업 경영을 통한 농산물 연간 판매액이 120만 원 이상인 사람 등이다. 문 대통령은 11년의 영농 경력, 유실수 재배 계획 등으로 이 자격조건을 통과했다. 서울에서 수십 년간 정치해온 문 대통령은 알고 보면 400㎞나 떨어진 곳에서 투잡을 해왔던 셈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기존에 매입해 뒀던 양산시 매곡동 사저부지에 틈날 때마다 내려가 농사일을 했고,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비료를 주기도 했다는 친절한 설명을 내놓은 적이 있다. 불과 20~30㎞ 떨어진 곳조차 밤을 낮 삼아야 겨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보통사람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신출귀몰한 솜씨다.

‘꼬우면 LH 입사하든가’라던 비아냥이 묘하게 오버랩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문 대통령의 특별한 5도2촌 능력이 불법도 아니고, 부지런을 떨면 가능할 것 같긴 한데 어딘가 불편하다는 것이 사저부지 논란을 대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이 아닐까 싶다.

지금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곱씹어야 할 덕목은 준법정신보다는 공감 능력일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이 LH를 포함해 공직사회를 질타할 때 종종 ‘공감 능력 부족’을 거론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문 대통령은 “적법하다”는 해명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는지 되돌아봤으면 한다. 그리고 “좀스럽다”는 면박 대신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구석이 있다면 재검토하겠다”는 등 섬기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농지는 투기나 사저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도시인들의 휴식처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졌으니 불법행위 단속 건수를 찾아 한적한 시골에 출몰할 공무원들이 행여 애먼 사람 잡을까 우려된다. 법적으로 ‘가설건축물’에 속하는 농막에 화장실이나 주방시설 등을 설치하면 불법이다. 데크를 설치해도, 화단을 꾸미거나 잔디를 까는 것도 모두 단속 대상이어서 적발되면 철거하고 벌금을 물어야 한다. 가족이 모여 삼겹살 구워 먹고 잔디밭에 아이들 뛰어노는 모습도 법적, 절차적 정당성 없이 이뤄지면 불법행위로 몰릴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연일 격노하는 중이다. 농지에 농막 갖다 놓고 주말주택처럼 쓰고 있는 5도2촌족은 당분간 긴장해야 할 것 같다. 대통령의 예외 없는 일벌백계가 행여 이들의 평화롭던 주말마저 적폐로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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