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외조 힘쓴 국서vs인종차별주의자…영국 '필립공' 둘러싼 평가 엇갈리는 이유는?

입력 2021-04-1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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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왕자에서 영국 왕실 현대화 이끌어
잦은 인종차별적 실언으로 손가락질 받기도
'해리-메간 인터뷰' 후 위기 맞은 영국 왕실
필립공의 타계, 위기 맞은 왕실에 기회?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공이 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9세. (출처='The Royal family' 트위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공이 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9세. (출처='The Royal family' 트위터)

향년 99세로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 망국의 왕자로 태어나 엘리자베스와 결혼하기 위해 영국인으로 귀화한 필립공은 길고 굴곡진 삶을 산만큼 다면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여왕의 부군으로 평생을 헌신하며 왕실을 지켰지만, 공식 석상에서 각종 실언을 쏟아내며 대중의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영국 왕실 현대화에 앞장선 '퍼스트 젠틀맨'

▲1953년 즉위식을 마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 당시 해군으로 복무중이던 필립공은 2차세계대전 당시 공주를 처음 만나 전쟁 중 편지를 교환하며 사랑을 키웠다. 당시 공주였던 엘리자베스가 필립의 잘생긴 외모에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 (AP/연합뉴스)
▲1953년 즉위식을 마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 당시 해군으로 복무중이던 필립공은 2차세계대전 당시 공주를 처음 만나 전쟁 중 편지를 교환하며 사랑을 키웠다. 당시 공주였던 엘리자베스가 필립의 잘생긴 외모에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 (AP/연합뉴스)

필립공은 1921년 그리스 왕위계승 서열 2위 왕자로 태어났으나, 군주제가 무너지면서 쫓기듯 그리스를 떠났다. 어머니 앨리스 공녀는 망명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프랑스 남부로 도망간 그의 아버지는 정부와 살며 필립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누나들은 나치를 지지한 독일 귀족과 결혼했다.

이러한 그의 불우한 성장 배경은 결혼 후 필립이 영국 왕실의 현대화에 앞장서게 했다. 왕실이 국민과 가까워지며 시대에 맞춰 변화하도록 이끌었다. 필립공은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을 사상 최초로 TV 생중계하도록 진두지휘했고, 보수적인 왕실에서 반대하는 구성원들의 결혼을 지지했다. 처제 마거릿 공주가 이혼남과 결혼하려 할 때도, 해리 왕자의 마클 왕자비와 결혼하려 할 때도 필립 공의 적극적인 지지가 큰 힘이 됐다.

평생 자선 사업과 야생 동물 보호에 힘쓴 '자선사업가'

▲환경 문제에 일찍이 눈떴던 필립공은 1961년 세계자연기금을 창설하고 초대 회장으로서 야생 동물 보호 활동에 힘을 썼다. (출처='세계자연기금'(WWF) 트위터 캡처)
▲환경 문제에 일찍이 눈떴던 필립공은 1961년 세계자연기금을 창설하고 초대 회장으로서 야생 동물 보호 활동에 힘을 썼다. (출처='세계자연기금'(WWF) 트위터 캡처)

고단한 가정사로 어린 시절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그는 평생을 자선 사업에 힘썼다. 1956년 자신의 작위를 딴 '에든버러 공작 상'(The Duke of Edinburgh's Award)을 만들어 평생을 청소년 교육에 힘썼다. 에든버러 공작 상은 일종의 청소년 장학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 144개국 600만 명의 청소년들이 거쳤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 초대 회장을 맡기도 한 그는 야생동물 보호 등 환경 운동 사업에도 열정을 기울였다. 환경에 대한 관심을 담아 위기의 야생동물을 다룬 책을 여러 권 집필하기도 했다. 영국 왕실 웹사이트에 따르면 일찍이 환경 문제에 눈을 뜬 필립공은 이미 1960년대에 전기차와 배기 오염이 적은 LPG 차를 운전했다고 한다.

잦은 실언으로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국서

▲필립공은 1921년 그리스와 덴마크의 왕자인 안드레아스와 왕자비 바텐베르크의 공녀 앨리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사진은 6세 때 그리스 전통 의상을 입은 필립공의 모습. (AP/연합뉴스)
▲필립공은 1921년 그리스와 덴마크의 왕자인 안드레아스와 왕자비 바텐베르크의 공녀 앨리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사진은 6세 때 그리스 전통 의상을 입은 필립공의 모습. (AP/연합뉴스)

필립공은 영국 왕실 일원이 된 이후 잦은 실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대부분 그 시절 엘리트 계층 남성들이 농담처럼 내뱉던 인종·계급 차별적 발언이었다.

1984년 케냐를 방문했을 때 필립공은 전통 의상을 입은 현지 여성에게 "당신은 여자인가요?"라고 물어 대중의 비판을 받았다. 1986년에는 중국에 살던 영국인에게 "중국에 오래 있으면 중국인들처럼 눈이 찢어진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으며, 1998년에는 파푸아뉴기니를 여행한 영국 학생에게 "그때 간신히 잡아먹히지 않았구나"라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실언은 2017년 공직에서 은퇴할 때까지 간간이 계속됐다.

그가 영국 여왕을 두고 바람피웠다는 소문이 있기도 하나 사실로 확인된 바는 없다. 넷플릭스 '더 크라운' 시즌3에서는 필립공의 불륜 이야기가 등장한 적이 있다. 다만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 장관은 더 크라운이라는 드라마가 허구임을 표시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바람 잘 날 없던 영국 왕실, 필립공 타계가 '새로운 기회'될까

▲9일(현지시간) 런던 중심부 피카딜리 서커스의 대형 전광판에 필립공의 사진과 그를 추모 하는 메시지가 떠 있다. (EPA/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런던 중심부 피카딜리 서커스의 대형 전광판에 필립공의 사진과 그를 추모 하는 메시지가 떠 있다. (EPA/연합뉴스)

최근 영국 왕실은 해리, 메간 부부의 인터뷰 이후 큰 위기를 맞았다. 1990년대 찰스 왕세자의 불륜 이후 잠잠했던 왕실 폐지론까지 고개를 들었을 정도였다. 영국 왕실의 권위는 예전만 못하다. 필립 공이 서거한 9일 밤 BBC One과 BBC Two 채널은 모든 기존 방송을 취소하고 필립공 헌정 영상을 24시간 동안 내보냈다가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들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이날 BBC 홈페이지에는 시청자 항의가 폭주했고, BBC One의 시청률은 이날 평소보다 6%가량 떨어졌다.

그러나 필립공의 죽음이 공화주의자와 왕실폐지론자들의 목소리를 키우진 않았다. 영국 사회 내 전반적 분위기는 추모와 애도다. 영국 내 손꼽히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트위터를 통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것은 언제나 가슴 아픈 일이다"라며 애도를 표할 뿐 정치적 아젠다로 사용하지 않았다.

필립공의 타계가 영국 왕실의 갈등을 다시 봉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11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필립공의 타계에 대한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왕실 가족의 분열을 치유할 이상적인 기회"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9일 "필립공의 죽음이 경색된 영국 왕실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 밝혔다.

한편 그의 장례식은 17일(현지시간) 조촐하게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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