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는 최근 희망급식바우처로 도시락을 사기 위해 저녁 시간대 편의점을 방문했지만, 해당 품목은 모두 동난 상태였다. 그는 “편의점 직원이 편의점에서 바우처를 쓰려면 오전 시간에 와야 한다고 귀띔해줬다”며 혀를 내둘렀다.
주요 편의점에서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서울시의 희망급식바우처 사업에 도시락 수요가 크게 늘면서다. 바우처 대상이 되는 도시락은 나트륨과 단백질 기준을 맞춰야 해 시중에서 파는 상품 중 기준을 충족한 일부 상품에만 해당되는 만큼 편의점들은 이색 프리미엄 도시락을 속속 출시해 수요 잡기에 나섰다.
GS리테일은 20~24일 서울 지역 GS25 매장의 도시락과 김밥, 샌드위치, 샐러드 등의 먹거리 매출이 전주 대비 62.7% 신장했다고 25일 밝혔다. 같은기간 CU(씨유)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서울 점포 도시락 매출도 전주 동기(13~17일)에 비해 33.8% 늘었고, 전월 동기 대비로는 23.4% 올랐다.
이같은 매출 증가는 정부의 희망급식바우처 효과로 풀이된다. 서울시교육청은 20일 등교하지 않고 원격수업에 참여하는 초·중·고 학생 약 56만 명 중 희망자에게 1인당 10만 원의 제로페이 모바일 포인트를 지급했다. 바우처는 편의점 6곳(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이마트24)에서 7월 16일까지 쓸 수 있다. 기간 이후에는 자동 소멸된다.
구매 품목은 제한된다. 도시락과 제철 과일, 흰 우유, 두유, 야채 샌드위치, 훈제계란, 김밥류 등 10개 식품군만 구매 가능하다 보니 가격대가 높고 대형마트나 온라인에서 비해 경쟁력이 높은 도시락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40대 이 모 씨는 “다른 상품은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지만 도시락은 편의점의 차별화 품목”이라면서 “가격대도 있어 한도를 계산할 때도 편하다”고 말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건강 도시락 11종이 도시락 베스트 상품에 진입하는 등 ‘희망급식바우처’로 구매 가능한 상품들이 각 카테고리 전체 매출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 제품이 모두 희망 바우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희망급식바우처로 구입 가능한 도시락을 1067㎎ 이하의 나트륨 함량과 990㎉ 이하, 단백질 11.7g 이상의 상품으로 제한했다. 대다수 편의점 도시락은 평균 나트륨 함량 1361㎎로 성인 하루 권장량 2000㎎의 68.1%에 달한다(한국소비자원 조사).
이에 따라 편의점들은 상대적으로 단가와 마진률이 높은 도시락 수요를 잡기 위해 기준에 맞는 도시락 품목을 늘리며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CU는 최근 도시락에 포함된 열량 및 나트륨 함량 표기를 기존보다 10배 이상 확대해 보다 쉽게 영양소 함량을 확인할 수 있는 영양전면표시제에 나섰다. 아울러 열량과 나트륨을 줄인 ‘한끼식단 도시락 3종(제육, 돈까스, 간장찜닭)’을 출시했다.
‘한끼식단 도시락’은 CU가 자체 보유한 간편식 영양성분 기준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 제시된 열량 및 영양소 정보를 바탕으로 칼로리 600~800㎉, 나트륨 650㎎ 이하로 구성됐다. 이 업체는 앞으로 출시하는 도시락 신상품에 영양전면표시제를 적용하고 올해 말까지 운영 중인 모든 도시락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GS25는 ‘희망급식 바우처’ 지원 사업에 맞춰 나트륨을 저감하고 단백질 함유량을 높인 도시락 11종 운영하고 있다. 27일에는 고급 식재료를 활용한 이색 프리미엄 도시락 3종을 추가 출시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프리미엄 도시락은 ‘갈비살구이도시락’(9900원)과 ‘민물장어도시락‘(1만900원), 메로구이도시락 (1만1900원)로 가격대도 일반 상품의 2배 가량으로 높다.
세븐일레븐은 희망급식바우처로 결제 가능한 도시락 7종을 판매 중이다. 이 상품들은 기본 10% 할인에 제휴 통신사 중복 할인도 가능하다. 바우처로 5000원 이상 결제하고 세븐일레븐 모바일앱(세븐앱) 적립 시 모바일 상품권 2000원을 증정한다. 앞으로 나트륨을 저감하고 단백질 함류량을 높여 희망급식바우처 대상 도시락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24는 희망급식바우처 사용이 가능한 도시락 11종, 샌드위치 15종, 김밥 16종 등을 운영 중이며, 앞으로 바우처 사용 기준에 적합한 도시락 신상품 2~3종을 6월 중 출시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희망급식 바우처 준비 단계부터 서울지역 경영주들에게 희망급식 바우처에 대한 취지를 알리고, 상품이 구비될 수 있도록 안내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