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지난해 매출 규모가 세계 4위에 달했지만, 연구ㆍ개발(R&D) 투자액은 10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등 비용부담이 높고, 정부의 세제 지원도 미흡해 현대차그룹의 R&D 투자 여력이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0년 주요 자동차그룹의 R&D 투자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매출액은 1221억 유로(약 164조 원)로 폭스바겐, 토요타, 다임러에 이어 세계 완성차 4위 수준을 보였다.
반면, R&D 투자액은 35억7500만 유로(약 4조8100억 원)로 10위에 그쳤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2.9%로 5~6%대를 기록한 타사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현대차그룹의 R&D 투자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요인으로는 비용부담, 정부의 미흡한 정책 등이 거론됐다. KAMA는 특히 임금 등 비용부담으로 현대차그룹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낮아 R&D 투자 여력이 부족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해 경쟁사의 영업이익률은 △토요타 8.1% △테슬라 6.3% △GM 5.4% △혼다 5.0% △PSA 5.0% △BMW 4.9% △폭스바겐 4.3% △다임러 4.3% 등 4%대 이상을 보였는데, 현대차그룹은 2.7%에 그쳤다.
KAMA는 "현대차그룹은 낮은 R&D 투자 여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으나, 수소차를 제외한 고급차, 미래차 등에선 추격자 위치에 머무는 상황"이라 밝혔다.
정부의 R&D 지원이 대기업 이외에 집중되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대기업은 특허청 우수특허비율이 9.1%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R&D 성과를 보이지만, 2019년 기준 국가연구개발비는 △출연연구원 40.0% △대학 24.4% △중소기업 15.0% △중견기업 6.9% △국공립연구원 5.1% △대기업 1.8% 순으로 배분됐다.
또한, 정부의 대기업 R&D 세제 지원이 외국 대비 저조해 투자 여력을 가로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R&D 세액공제는 투자액 중 0∼2%에 불과하지만, 프랑스는 30%, 영국은 13%, 캐나다는 15%, 스페인은 25∼42%에 이를 정도로 높다.
정만기 KAMA 회장은 “고부가 가치화, 전동화, 자율주행화를 촉진하기 위해선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라며 "기업은 R&D 투자 여력 확보를 위해 노사화합, 임금안정 등을 통해 비용절감과 영업이익률 제고에 노력하고, 정부는 세계적 기업과의 동등한 경쟁 환경 조성 차원에서 대기업에 차별적인 R&D 지원을 과감히 폐지해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자동차 산업은 산업생태계가 중요한 점을 고려해 차량용 반도체, 소프트웨어, 수소차 관련 부품 소재기술, 배터리 등 미래차 관련 주요 기술은 조속히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늘려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