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은 "대우조선해양의 강력한 성장 프로펠러가 되겠다"며 강한 인수 의지를 보였지만 예상치 못하게 불어닥친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큰 좌절을 맛보게 됐다.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 재무적 투자를 약속했던 농협, 하나은행 등은 한 발 물러난데다 부동산 및 증권시장의 급랭으로 제값을 받지 못해 인수자금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을 맞게됐다.
이에 한화는 인수대금 분할납부, 지분 분할매수 등 여러가지 승부수를 산은측에 던졌지만 '원칙'을 고수한 산은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결국 무산됐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을 집중 육성해 그룹의 주력사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한화그룹의 중장기 경영전략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석유화학 및 금융 주력할 듯
지난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최대어'로 관심을 모았던 대우조선 인수전에 한화가 뛰어든 것은 조선업을 그룹의 주력산업으로 육성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김승연 회장의 복안에 따른 것이었다.
실제로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4월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한화그룹의 제2창업이라는 각오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이후 한화는 지난해 6월 현재 8조2000억원인 대우조선해양의 매출규모를 5년 후인 2012년까지 그룹 전체 매출 목표인 60조원 중 33%인 2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2017년 그룹 매출 목표 100조원 중 35%인 35조원 규모의 주력사로 성장시킨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한화는 이러한 중장기 전략과 공격적인 인수 전략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으로 조선업 진출과 연관된 그룹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행보증금 3000억원 몰취라는 금전적 손실은 차후 논의로 하더라도 그룹을 이끌어갈 미래 신성장 사업 목표가 백지화되면서 그룹 전반에 사기저하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금융위기 등 대외적인 문제로 인수자금조달이 어려웠다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인수의향서 제출 시점에서는 경제위기를 어느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면밀하게 자금조달계획을 세우지 못해 결국 인수에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그룹의 모든 역량을 총 집결, 대우조선해양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그룹 제조 사업부문의핵심사업으로 키운다는 중장기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당분간 한화는 석유화학과 금융 등 기존 주력사업의 체계를 유지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매각 무산으로 새로 진출할 주력사업을 선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자금부담에 대한 리스크가 줄어든 만큼 당분간 현 체계를 유지하면서 내실을 다질 것 같다"고 말했다.
◆리스크 측면에선 '최선'
반면 일각에서는 향후 성장동력 마련에는 실패했지만 '승자의 저주' 등 인수 후 발생할 수 있는 경영리스크를 막았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자금시장이 경색돼 있는데다 불확실한 조선업 전망 등 경영리스크가 높은 상황에서 대우조선 인수 무산이 결코 나쁜 결과만은 아닐 것이란 해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의 자금조달계획을 보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며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사전에 막을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불발성이 불거질 때마다 주식시장에서는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한화측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을 얻기 위해서 그룹의 더 많은 것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따라서 한화는 이번 인수 불발을 계기로 더욱 '내실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화는 지난 19일 발표한 '그레이트 챌린지 2011' 프로젝트에서 "올해 사업계획부터 경영은 현금흐름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조직, 사업 구조조정 및 인력운영 효율화를 병행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힙을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