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참 한가한 정치권, 2100년이면 대한민국이 없다

입력 2021-1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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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

지난 27일 문재인 정부는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의결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40% 줄이고, 2050년엔 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로 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에너지 전환에만 누적 비용 1500조 원이 발생할 거란 추계가 나왔다. 대번에 반발이 튀어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그래도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또 다른 재앙엔 대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기후 재앙이 범지구적인 문제고 우리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면, 이 재앙은 100% 우리가 직면했고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바로 ‘세계 최악의 저출산’이다.

대한민국은 분명히 소멸해 가고 있다. 지금 2100년의 기후 재앙을 막자고 1500조를 사용하겠다는데, 안타깝게도 2100년이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가면 지구상에 한국인이 없을 건데 한국 예산을 써서 대비하자는 건 한 편의 촌극 아닌가.

기후 대응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1500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기후 대응 이상으로 저출산 대책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출산율 제고 없이는 모든 미래 걱정이 무용한데, 기후 위기에 전력을 쏟으면서 저출산 문제는 내버려 두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출산율은 수직 낙하하고 있다. 2016년 1.17명 수준이던 합계 출산율은 꾸준히 하락해서 작년 0.84명이 됐으며, 올해는 0.78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구조가 유지되기 위한 합계 출산율이 2.1임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은 너무나 빠르게 늙어 가고 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들고, 노령인구는 늘어날 것이다. 2067년이면 노년부양비 부담이 7배 가까이 늘어날 거라는 분석도 있다. 건강보험, 국민연금과 같은 필수 사회보장제도뿐만 아니라 군대의 유지까지 불가능해지는 시점이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이다.

국가 소멸은 이미 확정적 미래다. 이걸 막기 위한 저출산 대책이 국가의 최우선 어젠다가 돼야 한다. 저출산을 먼저 경험한 서구권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하고, 더 적극적인 한국형 저출산 정책이 필요하다.

기존의 저출산 대책은 누리 예산과 같은 보육 지원, 행복주택과 같은 주거복지 정책 위주였다. 문화가 변한 만큼 저출산 대책도 변화해야 한다. 과거처럼 결혼에 대한 압력이 강한 사회였다면 이런 정책들이 효용이 있었을 것이나, 오늘날은 결혼이라는 선택이 온전히 개인의 선택지가 된 사회다. 심지어 ‘비혼주의’가 광범위한 공감을 얻으면서 결혼이라는 선택지가 매력 없는 선택으로 취급받는 상황이다. 보육과 주거 지원이 이미 결혼한 사람에겐 다소의 도움이 될 순 있어도, 청년들이 결혼을 마음먹게 하진 않는다. ‘결혼과 출산이 개인에게 이익이 되는 사회’로 국가 차원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헝가리가 대표적이다. 헝가리는 2011년에는 자녀 수에 따른 세금 공제 제도를 도입했고, 2015년엔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다. 그 결과 출산율이 2011년 1.23 수준에서 2017년 1.53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나아가 2019년엔 더 적극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발표했다. 2019년 2월 10일 발표된 헝가리의 출산장려정책은 ‘결혼과 출산에 직접적인 이익을 주는’ 정책들로 채워졌다. 결혼 시 2년 치 연봉에 따르는 액수를 대출해 주고, 자녀 수에 따라 탕감해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헝가리의 2019년 혼인 건수는 2018년 같은 기간보다 20%나 증가했다. 이는 모두 결혼이라는 선택지를 국가가 좀 더 매력 있게 만들어준 결과다.

무난하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그러나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문제를 외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참한 미래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결혼과 출산이 개인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사회를 조성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는 많은 국가적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일이다. 다가올 대선의 최대 화두가 저출산 문제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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