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채권 파킹거래는 불법" 첫 판단

입력 2021-12-07 15:0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증권사 손실 보전 위해 투자자에 손해 끼친 전직 펀드매니저들 배임죄 확정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뉴시스)

채권 시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파킹거래'는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채권 파킹거래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전직 펀드매니저들에게 배임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 A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700만 원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A 씨 등 펀드매니저들은 채권 파킹거래를 해오다가 자산운용사에 투자일임을 한 기관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채권 파킹거래는 채권의 보유 한도 규정 등을 피해 펀드매니저가 매수한 채권을 다른 증권사에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보관한 뒤 약속한 시점에 다시 사들이는 수법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증권사에 보관해둔 채권 가격이 올라 기관과 중개인이 모두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반면 금리가 오르면 손실을 보게 된다.

A 씨 등은 당시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급락해 증권사 손실이 수십억 원으로 누적되자 다른 투자자들의 돈으로 채권을 비싸게 매입해 손실을 보전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에게는 113억 원 상당의 손실이 전가됐다.

1심은 채권 파킹거래로 발생한 증권사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손익이전 거래를 한 부분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A 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 2700만 원 등을 선고했다. 1심은 손해액이 5억 원 또는 50억 원을 넘는다고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채권 파킹거래는 위법하나 그 자체로써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채권 파킹거래는 투자일임계약에 따른 투자일임재산의 운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투자일임계약을 위반하고 펀드매니저로서 투자자에게 부담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2심은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증권사가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 5억 원 또는 50억 원을 이상인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고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 A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700만 원을 선고했다.

채권 파킹거래에 대해서도 “투자일임계약에서 예정한 투자일임재산의 운용 방법이라고 볼 수 없고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건전 영업행위에도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며 “투자자에 대한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2심은 “수익이 발생했다면 경제적 관점에서 투자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결과적으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채권 파킹거래를 통해 증권사에 발생한 손실을 투자일임재산에 이전시키는 거래로 인해 투자자에게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고 증권사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교통비 또 오른다?…빠듯한 주머니 채울 절약 팁 정리 [경제한줌]
  • 기본으로 돌아간 삼성전자…'기술-품질' 초격차 영광 찾는다
  • "비트코인 살 걸, 운동할 걸"…올해 가장 많이 한 후회는 [데이터클립]
  • 베일 벗은 선도지구에 주민 희비 갈렸다…추가 분담금·낮은 용적률이 ‘복병’[1기 선도지구]
  • [2024마켓리더대상] 위기 속 ‘투자 나침반’ 역할…다양한 부의 증식 기회 제공
  • 어도어ㆍ빅히트, 쇄신 바람 불까…위기 속 등장한 '신임 대표'들 [이슈크래커]
  • “117년 만에 폭설도 못 막지”…올림픽파크포레온 1.2만 가구 입주장 개막에 '후끈' [르포]
  • 목소리 높이는 소액주주…상법개정안 가속 페달 달까
  • 오늘의 상승종목

  • 11.2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0,040,000
    • +1.09%
    • 이더리움
    • 4,787,000
    • +3.55%
    • 비트코인 캐시
    • 702,000
    • +4.54%
    • 리플
    • 1,997
    • +8.53%
    • 솔라나
    • 326,900
    • +3.74%
    • 에이다
    • 1,391
    • +10.93%
    • 이오스
    • 1,123
    • +1.81%
    • 트론
    • 278
    • +4.51%
    • 스텔라루멘
    • 682
    • +12.54%
    • 비트코인에스브이
    • 92,650
    • +2.89%
    • 체인링크
    • 25,120
    • +9.65%
    • 샌드박스
    • 851
    • -0.1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