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조치 강화 논의에 더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확대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재정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을 포함한 방역조치 강화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역조치 수위에 따라 소상공인 등 손실보상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정치권에선 대선 국면과 맞물려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손실보상을 위한 ‘100조 원 카드’를 꺼내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통한 ‘12월 임시국회 처리’를 역제안했다. 이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이 후보가 정부를 설득해 추경을 편성하면 협조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재정당국으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아직 방역조치 강화나 ‘100조 원 지원책’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 표명은 없으나, 기획재정부 내부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추가 지원과 무관하게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이 제한되면 손실보상 대상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12월 임시국회 추경 처리든, 대선 이후 처리든 관계없이 내년도 예산안이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100조 원 규모의 손실보상책을 집행하려면 방법은 추경 편성뿐이다. 그런데 추경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갖는다.
먼저 대외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국제신용평가사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재정준칙이 입법되도록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정관리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가파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에 대한 신평사들의 우려를 고려한 발언이었다. 이런 상황에 추가 재정지출을 위해 추경을 편성하면 홍 부총리의 발언은 그야말로 공수표가 돼버린다.
채권시장에 미치게 될 영향도 부담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여섯 차례 추경을 편성했고, 재원 대부분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국채 소화여력은 대부분 소진됐다. 정부가 올해 2차 추경에서 2조 원 규모의 국고채를 조기 상황하고, 이달 국고채 발행을 2조5000억 원 축소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따라서 추경 편성 자체가 물 건너가거나, 그 규모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추경안을 심의하는 건 국회이지만, 편성은 기재부 몫이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