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나온 편파 판정으로 국내에서 반중(反中) 정서가 폭발했다. 올림픽에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 기업들은 적극적인 홍보를 꺼리며 여론을 살피고 있다. 동시에 한국의 반중 정서가 자칫 중국 내부의 반한(反韓) 감정으로 돌아오진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올림픽에서 기업들은 예전과 달리 마케팅 자체를 줄였고, 홍보 활동도 최소화했다. 미국 등 서방이 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한 만큼, 글로벌 시장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결정이었다.
가뜩이나 부정적인 여론에 국내에서는 반중 정서까지 더해졌다.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 쇼트트랙 경기에서 나온 편파 판정 논란이 주된 원인이다.
재계에서는 여론의 흐름을 살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을 활용한 마케팅에 나섰다간 소비자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이미 기업들은 중국 현지에서만 일부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올림픽 최상위 등급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는 그간 대회가 열릴 때마다 TV나 자사 뉴스룸 등을 통해 올림픽을 활용한 광고를 집행해왔다. 올해는 중국 현지 선수촌에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선수단에 스마트폰을 제공한 것이 전부다. 홈페이지에서도 올림픽 관련 소식은 알리지 않고 있다. 대회를 앞두고 출시한 ‘갤럭시Z플립3 올림픽 에디션’에 대한 홍보 역시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선 잠잠하다.
현대차도 중국의 유명 아이돌 그룹과 동계스포츠 스타 4명이 수소전기차 넥쏘를 타고 여행하는 내용의 텐센트 예능 프로그램에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했지만, 국내에서 올림픽을 활용한 마케팅에는 나서지 않았다. 종목별 후원 기업들의 홍보 활동도 전면 중단됐다.
동시에 기업들은 중국 내 여론까지 신경 쓰고 있다. 중국 내에서 반한 감정이 커질 조짐을 보여서다. 이미 중국 누리꾼들은 인터넷상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단을 향해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재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2017년 시작된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현지 사업에 고전한 경험이 있는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올림픽을 계기로 ‘제2의 사드 보복’이 벌어지진 않을지 우려하는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도쿄올림픽에서도 한일 관계 때문에 제대로 마케팅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제품 홍보나 마케팅 측면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