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는 대외적 요인보다는 펀더멘털(실적)을 확인하려는 심리가 증시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긴축이나 전쟁 자체에 대한 공포는 이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제 금리 인상과 환율,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기업의 비용 증가 같은 파급효과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증시는 인플레이션 압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 인상, 지정학적 위험 등 악재가 겹치며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3월 중순부터는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이 진전되면서 글로벌 증시는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 시즌을 지나면서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가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한국투자증권은 4월 코스피 전망 밴드를 2640~2880포인트로 제시하면서, “외국인 수급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큰 폭의 상승세는 기대하기 어렵다. 지수보다 종목으로 대응하는 전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코스피를 5조6000억 원 이상 팔아치우며 ‘팔자’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매크로 악화에 따른 기업이익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가운데 업종별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영향이 실적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만약 유가가 오르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에너지, 철강, 해운 업종에선 호실적이 예상되는 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실적 시즌은 만성적 호황에 노출된 기업의 영업환경을 점검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기업은 금융비용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고, 임금을 비롯한 고정비용 상승이 수익성 변화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이탈이 심화하고 있지만 1분기 12조 원 가까이 순매수한 개인의 추가 매수세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약 64조 원으로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융자 잔고도 지난달 말 20조 원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중순부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소비ㆍ생산 관련 경제지표들이 대체로 호조세를 보이지만, 장단기 국채금리는 역전되거나 좁혀지는 등 경기 침체 신호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경제지표에서도 지표 간 온도 차가 확대되며 혼란을 가중시킨다”며 “지표만 놓고 보면 경기 침체를 예단하기도, 부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